"총장 간선제 반대" 부산대 교수 투신

부산대 교수가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투신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부산대는 총장 직선제 폐지를 둘러싸고 김기섭 총장과 교수회 간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번 교수 투신 사건으로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이고 차기 총장 임명 절차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국어국문학과 고현철 교수
17일 오후 본관서 투신 사망
직선제 이행 촉구 유서 남겨
차기 총장 선출 차질 불가피
17일 오후 3시 1분께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본관 건물 4층의 국기 게양대 옆 테라스에서 국어국문학과 고현철(54) 교수가 1층 현관으로 뛰어내렸다. 고 교수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이 주변 CCTV와 목격자 진술을 분석한 결과, 고 교수는 테라스에 들어간 뒤 주변을 살펴보다 10여 분 만에 "총장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친 뒤 난간에 올라 투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는 총장 직선제 이행을 촉구하는 A4 용지 2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고 교수는 유서에서 "총장이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총장 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간선제 수순에 들어갔다"며 "참담한 심정이다"고 투신 이유를 밝혔다.
또 "교육부의 방침대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후보를 임용하지 않는 상황이라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다"며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면 총장 직선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도 적었다. 말미에는 "이제 충격요법밖에 없다. … 희생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 몫을 담당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고 교수는 교수회의 농성 등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최근 교수회 간부를 만나 자신이 도울 일이 없는지 등을 물어보는 등 총장 직선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 교수가 추락한 지점은 총장 직선제 이행을 위한 교수회의 농성장 바로 옆이었다.
부산대 교수회와 전국거점국립대 교수회연합회 회장단 등 5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 대학본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총장 직선제 유지를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인 오후 2시엔 단식농성 중이던 김재호 부산대 교수회 회장이 혈당 저하 등으로 쓰러져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회장은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12일째 단식농성 중이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출장 중이던 김기섭 총장은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학교로 복귀했다.
한편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김 총장은 지난 4일 "총장 후보자를 간선제로 선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약속한 총장 직선제를 지키지 못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교수회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매우 아쉽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교수회가 릴레이 단식과 농성 등을 벌이면서 교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