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론 못 간다" 전례 없는 마라톤협상
"도발 사과 vs 방송 중단" 사흘째 진통
군사적 긴장 상태 해소를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24일로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후 서부전선 전방부대 경계초소 너머로 북한군 초소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24일 밤늦게까지도 합의를 보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다.
"도발 사과 vs 방송 중단" 맞서
남북 고위급접촉 사흘째 진통
'대화 통한 해결' 원칙엔 공감
이산 상봉 등 의외 성과 기대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황병서 북한인민군 총정치국장·김양건 노동당 비서로 구성된 남북 대표단은 전날 오후 3시 30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2차 협상을 재개해 무박 2일간 밤샘협상으로 24일 밤까지 30여 시간에 달하는 '마라톤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 대표단은 북한의 DMZ(비무장지대) 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 혹은 유감 표명과 우리 군이 북한의 지뢰 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놓고 피를 말리는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회담의 성격은 무엇보다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 도발을 비롯한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매번 반복돼 온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양측 대표단은 최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면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에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흘째인 24일에는 '2+2 회담'과 수석대표 간 회동, 정회를 반복하며 접점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과정에서 핵심 의제인 DMZ 지뢰 도발 사과와 확성기 방송 중단과 관련한 일부 진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대표단이 최종 합의문안을 놓고 조율을 벌이는 단계에 접어들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도 이날 남북 고위급 접촉과 관련, "현재 합의 마무리를 위해 계속 논의 중에 있다"며 합의 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합의 마무리' 표현에도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핵심 쟁점인 북한의 지뢰·포격 도발 관련한 유감 표현 수위를 놓고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남북 양측의 인식차가 좁혀진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은 회담 의제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등의 남북관계 현안도 폭넓게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재개 △천안함 피격 사건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도 현안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대표단이 극적으로 합의문을 도출하면 핵심 의제인 지뢰 도발 사과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외에도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