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 종영① 초심 잃고 산으로, 웰메이드를 버린 흥행

[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치밀한 '밀당'으로 봐야할까, 역량 부족으로 봐야할까. 1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의 전개가 두고두고 아쉽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1년 6개월만의 드라마 시청률 20%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돌파로 화제가 됐던 '용팔이'가 막을 내렸다다. 하지만 '용팔이'가 뿌렸던 숱한 화제들 중 시청자들을 가장 불편하게 했던 것은 '산으로 가는 전개', '중간 과정 생략 전개'다.
'용팔이'는 6회까지 긴박하면서도 촘촘함을 놓치지 않은 전개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10%대 초반으로 시작한 시청률은 순식간에 20%대를 돌파했다. 온갖 호평을 동반하며 승승장구 할 것 같던 드라마는 7회를 기점으로 개연성 없는 급전개로 시청자들의 공허함을 자아냈다.
3년 동안 복수심에 불타오르던 김태희가 주원과 탈출한 순간, 지난 6회동안 촘촘히 깔아둔 이야기들은 모두 산으로 가고 말았다. 자살 시도를 하면서까지 복수심에 불탔던 한여진의 모습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가 되어버렸다.
납득하기 힘든 급 멜로 전개에 호응하기도 어려웠지만 드라마는 이후로도 느슨하게 전개됐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병원 상황에서 도망친 후라면 후일을 도모하거나 아니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도피를 감행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둘은 무릉도원에 온 듯 유유자적 사랑만 속삭이고 있으니 시청자들은 진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2주 가까이 두 사람은 경치 좋은 곳을 노닐며 신선놀음을 즐겼다. 이 와중에 노골적인 ppl까지 수차례 나오니 '용팔이'는 드라마가 아닌 광고를 담아낸 뮤직비디오가 됐다. 결국 20%를 돌파했던 시청률은 다시 17%로 떨어지는 등 부침을 겪게 됐다.
이후 김태희가 자신의 장례식장에 등장하면서 드라마는 다시 분위기를 타게 됐다. 하지만 초기의 긴장감은 실종됐다. 야심만만하게 정체를 드러낸 김태희는 아무런 대비 없이 그저 주원의 등장만을 기다리는 이해할 수 없는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등산했던 이야기가 하산을 시작하니 이야기에 구멍이 나게 된 것은 당연하다. '기승전멜로'가 되어버린 이야기는 초반의 독특한 개성을 다 잃어버린 채 가난한 사람과 재벌의 평범한(?) 러브스토리가 됐다. 그러다보니 초반의 독특했던 캐릭터의 인물들은 개성을 잃게 됐다.
돈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던 주원은 돈 문제가 해결되자 성인군자가 돼버렸다. 이유라도 그럴듯하면 좋겠지만 중간과정이 대폭 생략된 채 그저 김태희에게 원수나 다름없던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용서해야한다고 설파하기만 한다.
김태희는 주원보단 나아보였다. 잠시 핑크빛 분위기로 외도했지만 한신 회장직에 오른 후 부터는 주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복수를 성취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지를 잇기 위해 한신을 지배하려 했다. 하지만 드라마 연장부분에서 갑자기 김태희는 간암2기 판정을 받는다.
이는 그동안 김태희를 끌어내리려 했던 부회장단과 매수된 집안 하인, 그리고 이미 배신 전력이 있는 비서실장 덕분이다. 본인은 그저 스트레스라고만 생각하고 주원을 찾아가 "13층에서 내려올래"라고 한다. 이런 극적인 변화의 과정은 '6개월 후'라는 내레이션 설명뿐이다.
주원은 김태희를 살리기 위해 정웅인에게 매달린다. 너무 위험한 수술이라 수십년 경력의 내과과장 정웅인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의학공부를 마치고 미국판 용팔이와 함께 온 스테파니 리가 김태희를 살려낸다. 1년 정도 밖에 안 된 유학생이 한신병원 내과과장을 뛰어넘는 화타가 되서 돌아왔다. 그것도 아주 때맞춰서.
이런 우연과 급전개는 두 주연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채정안은 조현재와 부부지만 정략결혼의 희생자로 남편을 천하의 원수로 여기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거의 두 달간 이런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조현재가 김태희에게 자리를 빼앗기자 바로 그에 대한 사랑이 무럭무럭 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조현재도 채정안에게 '너 밖에 없어'라는 태도로 바뀌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조현재가 불쌍해서다. 자신을 머저리처럼 대했던 남편이지만 모든 것을 잃자 불쌍해 보여 태도가 급변한다. 그에게서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으면서 막상 남편이 죽으니 뜻을 함께 하려했던 김태희가 철천지원수가 됐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라지만 그건 합당한 이유가 적절히 동반됐을 때나 설명되는 말이다.
결국 남은 것은, 과정이 어찌됐던 20% 근처의 시청률과 광고 완판이라는 흥행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가장 기본인 대본을 놓쳤고 이야기는 뒷맛이 씁쓸하게 남게 됐다. 용두사미가 된 '용팔이'는 아무래도 '밀당'보다는 역량 부족이었던 듯하다. 그리고 부족분을 다른 것들로 채워놓은 꼴이 됐다.
'용팔이' 종영① 초심 잃고 산으로, 웰메이드를 버린 흥행
'용팔이' 종영②, 남은 것은 시청률과 사랑의 힘
'용팔이' 종영③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던 김태희, 이를 증명했다
'용팔이' 종영④ 과도한 ppl이 남긴 부작용
사진=SBS '용팔이'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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