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진화·문명 등 22개 주제 '세계 탐구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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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과학 / 마커스 초운

'점균류의 성(性)은 열세 종류이다. 사람의 3분의 1은 버섯이다. 당신은 건물 꼭대기에 있을 때보다 맨 아래층에 있을 때 덜 늙는다….'

과학저술가인 마커스 초운이 머리말에서 소개한 내용은 저자의 말처럼 '놀랍다'. 머리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한 남자의 …첫 번째 시도'라는 끝맺음은 자연스럽게 '만물과학'(사진)을 들추게 한다.

저자가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고 자료를 모으는 등 발품을 팔아 펴낸 책은 22개 주제를 총망라하고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시작해 호흡, 진화 등에서부터 지질학, 물리학, 우주학 등 과학영역뿐만 아니라 문명, 돈, 자본주의 등 사회 문화적 영역까지 아우르는, 일종의 '세계 탐구 안내서'인 셈이다.

그렇다고 딱딱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과학서적은 재미없다는 편견'은 버려도 될 만큼 책 전반에 걸쳐 저자의 위트와 입담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기생 생물과 '붉은 여왕 가설'이 한 예다. 한 유기체가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단순히 자신을 복제하는 '무성 생식'이 가장 효과적인데 인간을 포함한 다세포 유기체 거의 대부분은 왜 자신의 유전자를 100퍼센트 전달할 수 없는 유성 생식을 택했을까. 저자는 숙주의 생명을 갉아먹는 기생 생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기생 생물이 미처 적응할 수 없도록 더 빠르고 다양하게 분화되는 붉은 여왕 가설을 소개하면서 '성(性)'을 기생 생물에 맞서는 무기라고 재치 있게 표현해내고 있다. 죽기 전에 생식 능력이 사라지는 이른바 폐경을 겪는 지구상의 단 세 종 중 하나인 들쇠고래를 예로 들면서 '지느러미가 짧아 폐경기 증상인 안면 홍조가 생겨도 부채질을 할 수 없어 안쓰럽다'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우리 몸의 97.5%는 '외계 세균'으로 이루어졌다거나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것은 '바느질' 능력 덕분이라는 이야기는 진화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열역학, 양자 이론, 상대성 이론 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 분야를 일상생활과 연결 지어 알기 쉽게 풀어낸 것도 책의 묘미다. 마커스 초운 지음/김소정 옮김/교양인/468쪽/1만 8천 원.

윤여진 기자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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