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현, "치열하게 고민한 피영국 때문에 많이 배웠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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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는 편집 당하지 않으려고 기를 쓴 작품이에요. 또 나름대로는 커플이 됐다는 게 뿌듯하고요.”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던 백성현이 편집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이 아이러니하게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닥터스’에서 맡았던 피영국이라는 인물은 주조연에서도 완전히 밀려난 캐릭터였기 때문.
 
제한된 역할 내에서 매력을 뽐내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뒤처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오히려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합을 맞추고, 연출을 맡은 오충환 PD와의 거듭된 의논 끝에 탄생한 피영국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백성현 또한 후련한 듯 웃었다.
 
■ 시놉시스 상에는 없던 러브라인
 
극 중 메인 커플이었던 홍지홍(김래원)과 유혜정(박신혜) 커플 이외에 가장 많은 응원과 지지를 받은 커플은 피영국과 진서우(이성경)다. 영국의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시작한 이 커플은 서우가 점차 마음을 열면서 커플로 자리잡아갔다. 하지만 영국과 서우의 러브라인은 애초 시놉시스에는 없었다.
 
“시놉시스 상에 피영국의 분량은 많지 않았어요. 그저 서우의 친구고, 의국 안에 등장하는 하나의 캐릭터일 뿐이었죠. 하지만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함께 ‘피영국’을 만들어 가자면서, 시놉은 보지 말고 자신을 믿으라고요.”
 
대본상에는 그저 서우의 ‘친구’로 설명되어진 피영국은 백성현의 섬세한 표현이 더해져 새로운 인물로 탄생했다. 백성현은 “너무 (마음을)표현하지도 말고, 남사친(남자사람친구) 같지만 어느 정도의 마음을 내비치도록 했다”며 “서우가 사라진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는 등 한 신, 한 신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뜬금없지 않게 조심스레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줄곧 서우의 옆에서 지켜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던 영국의 사랑 방식은 “순박하면서도 강요하지 않는 것”이었다. 서우는 이미 정윤도(윤균상)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우는 결국 우직하면서도 늘 그 자리에서 자신을 바라봐준 영국에게 마음을 열었다.  


 
■ 어쩌면 터닝포인트
 
백성현이 맡았던 피영국은 메인 커플 이외에 유일하게 사랑을 이룬 인물이다. 우스갯소리로 ‘승리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백성현에게 주어진 상황적 제한이다. 작품 전면에 나서는 주인공이 아니었고, 의국 내 여러 인물 중 하나였기에 자신이 가진 히스토리를 내세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택했던 이유는 “김래원을 늘 존경했기에 함께 연기 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또 그는 “박신혜, 이성경, 윤균상 등 트렌디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분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제가 갖지 못하는 부분을 배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백성현 본인이 가진 연기에 대한 고민을 떨쳐낼 ‘터닝포인트’를 찾기 위함과도 이어진다. 백성현은 “1년 전부터 예술 영화, 뮤지컬, 연극 등을 했다”며 “개인적으로는 연기 하는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 나의 연기 스타일이 뻔해지는 걸 느꼈고, 스스로도 진부하다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요즘은 리얼리즘”이라며 “정말 디테일하게, 현실적으로 연기를 한다. 이전에는 정확한 발음과 정확한 감정표현, 깊은 감성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자연스러움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연기를 못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찰나에 ‘닥터스’라는 기회는 그가 고민하던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고민도 하지 않고 붙잡았다.
 
■ 그리고 배웠다
 
고민 없이 선택했던 작품인 만큼, 백성현은 많은 것을 배웠다. 김래원, 한혜진, 조달환 등 대선배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작품은 성공이라며 웃었다.
 
백성현은 “그 동안 연기를 할 때 오기를 갖고 할 때가 있었다”며 “‘나 잘해’ ‘잘 할 거야’ ‘완벽하게 해낼거야’ 그렇게 연기할 때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지만 영국 덕에 조금 변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영국이 매력적으로 보일까를 고민하다 보니 내가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조금 즐겁게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백성현이 오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연기를 너무 어린 나이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연기를 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달려온 그는 늘 ‘기대’라는 부담 속에 살았다. 백성현은 “오래 했으니 항상 잘할 거라는 시선이 있었다”며 “감독님들이 나를 선택할 때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것, 그리고 다른 애들보다는 조금 더 (무언가를)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게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고민을 한 아름 놓게 된 것은 ‘닥터스’에서 만난 영국이란 인물의 도움도 컸다. 아직 스스로를 “쥐뿔도 없다”고 말하는 백성현이 더 고민하면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영국은 느린 애죠. 동기인 서우는 펠로우인데 아직 레지던트니까. 하지만 모두가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영국은 ‘잠깐 쉬었다 가도 되지 않아? 못하면 어때?’라는 생각을 가져요. 그런 능청스러움, 여유 같은 것을 배웠어요. 지금의 저는 아직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보이고,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어요.”
 
사진=강민지 기자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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