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공포] 지진의 일상화, 우리 삶마저 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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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동 부산119안전체험관 자연재난관에서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진도 1에서 6까지의 지진을 체험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다른 나라 얘기로만 여겨졌던 '지진'이 한반도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의 문제'가 되면서 국민들 삶의 방식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의 위험으로 성큼 다가온 지진과 공생하기 위해 개개인이 평상시에 대비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주일 새 두 차례 지진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지진에 대한 경각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일본의 방재 매뉴얼을 참고해 '지진 대피 가방'을 꾸리는 방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진 가방은 비상식량과 물, 속옷, 침낭, 손전등, 헬멧, 비상금 등 재난 상황 발생 시 일주일 정도 버틸 수 있는 필수 물품을 배낭에 넣은 것이다. 일본 현지에선 구호 물품을 종합한 '피난 가방'을 시중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일본 방재 매뉴얼 참고
지진 대피 가방 준비 확산
재난 관련 용품 구입 급증
어지럼증 등 트라우마 호소
"각자 대비책 세워야"조언

국내 재난 관련 용품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20일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간 안전설비와 신체보호 장구, 비상식량 등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500% 이상 늘었다. 품목별로 기능성 생수는 221%, 컵라면 등 용기면은 51%, 즉석밥은 24%가 늘었고, 안전벨트·안전로프는 20%, 천막·캐노피 69%, 비상식량 등 생존키트를 담을 수 있는 보조가방은 592%의 높은 판매 신장률을 보였다. 헬멧 15%, 목·어깨보호대 76%, 파스·스프레이파스도 471%까지 매출이 늘었다. G마켓 관계자는 "지진이 일어난 지난 12~18일 이례적으로 마스크와 안전화가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등 안전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이마트에서도 지난 13~19일 랜턴의 하루 평균 매출이 한 주 전에 비해 123% 늘었고, 라디오 겸용 카세트 판매량도 67%나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19일 규모 4.5 여진 이후 '지진 피해가 남의 일이 아니다'는 인식이 확산돼 관련 상품 매출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경남지역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재난용품 준비를 독려하는 각종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군용 전투식량을 파는 온라인 업체들의 주문량도 평소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지진 트라우마로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일본 지진 앱을 깔거나 일본 지진 대처 방법 배우기 열풍 등도 달라진 풍속도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일본과 같은 지진 방재시스템이 국내에는 부재한 상황에서 시민들 스스로 안전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집과 직장을 비롯해 평소 자신의 동선 중에서 안전한 장소와 위험지역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동아대 이동규 석당인재학부 교수는 "일본의 방재시스템은 수많은 지진을 겪으면서 학습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어서,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평소 지진 상황을 가정해보고, 스스로 방어기제를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진체험시설 등을 활용한 안전교육도 비상시 도움이 된다. 부산시 119안전체험관 허윤도 자연재난담당은 "땅이 흔들리는 체험뿐만 아니라,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등 전반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무작정 119에 전화를 거는 행위도 다급한 피해 신고를 고려해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지진 발생 당시 2648건의 신고가 들어왔지만 출동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대부분 "집이 흔들렸는데 지진이 맞느냐" "또 지진이 나느냐" 같은 단순 문의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지진 때도 6965건의 신고가 들어왔지만 실제 피해 사례는 36건에 불과했다.

전창훈·이대진·장병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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