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본격 시행] 부하가 돈 내는 경찰, 확 바뀌나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부하 직원과의 유대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던 상사들이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후배들과 '밥 한 끼' '소주 한잔' 하면서 위법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이상, 선배들이 오롯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구청 사무관 A 씨는 앞으로 직장 생활이 더 팍팍해질 것 같아 걱정이다. 평소 소주 잔을 기울이며 '소통의 장'으로 삼았던 부하 직원들과의 만남이 줄어들 것 같아서다. A 씨는 "그동안 직원들끼리 술자리를 자주 가졌는데 앞으로는 서로 부담이 될 것 같다"며 "특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선배들은 후배와의 만남 기회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상사들 속앓이
부하 직원 격려는 인정돼
식사·회식 비용 등 '부담'
또 다른 구청 주무관 B 씨는 시청 공무원 친구와의 만남을 줄여야 하나 고민이다. B 씨는 "구청에서 시청으로 옮긴 동료 선후배와 자주 만났는데 상·하급 기관 간 만남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평소 팀원들과 번갈아가며 점심식사를 계산해왔던 한 사립대학 팀장급 교직원 C 씨도 부담이 커졌다. C 씨는 "더치페이를 하거나 회비를 걷는 건 정서상 안 맞고, 그렇다고 팀장이란 이유로 일방적으로 식사비를 내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앞으로 팀원들과 자리를 줄이고 팀장들끼리 모여서 점심을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하 직원이 상관을 대접하는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던 경찰의 경우 '대변화'가 예고된다. 한 경찰서 경정 D 씨는 "그동안 간부들은 회식자리에 '초청'을 받는 식으로 참석했기 때문에 회비를 안 냈는데, 이젠 똑같이 회비를 부담하거나 역으로 '한 턱'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는 이들이 있는 반면, 과거 부하 시절 '본전' 생각에 거부감을 느끼는 간부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하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또 다른 경찰서 경감 E 씨는 "평소 아랫사람이 밥을 사는 조직 문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왔다"면서도 "선후배 간 식사 자리가 줄어들다 보면, 아무래도 조직의 끈끈한 분위기도 함께 줄어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