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본격 시행] "소방관에 음료수 하나 못 건네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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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첫날인 28일 부산시청 감사관실 직원들이 1층 출입구에서 청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직장인 김 모(38) 씨는 최근 대학원 지도 교수에게 케이크를 선물하려다 정중히 거절당했다. 지난 28일 김영란법 적용으로 선물, 음식 등을 일체 받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혹시나 청탁 등으로 오인을 받아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순수하게 '감사의 의미'로 케이크를 구입했다고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었다. 김 씨는 "논문 작성 등에 많은 도움을 많이 받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했다"며 "마음을 전달하는 것조차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하니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선물 거절 곳곳서 진땀 사례
규정 모호, 금품 자제 분위기


순수한 마음이나 감사의 의미로 마련한 작은 성의도 쉽게 전달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법이 여전히 모호하다보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 시행 초기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청탁이 아닌 감사의 의미로 전달하는 금품도 아예 받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초등학생 김 모(10·여) 양은 최근 해외여행 중 구입한 과자 선물을 담임선생님에게 결국 전달하지 못했다. '보살펴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를 담은 1만 원짜리 선물이었으나 '앞으로 잘 봐 달라'는 청탁의 의미를 담은 선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교육청은 교사, 학부모, 학생 사이를 직무 연관성이 높은 관계로 지정하고 금액에 상관없이 일체 금품이 오가지 않도록 했다.

또 부산의 한 대형병원에서는 병실 곳곳에 '감사의 선물을 받지 않겠습니다'라는 안내판 설치했다. '치료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순수한 의미가 자칫 '특정 환자만 신경 써 달라'는 청탁의 의미로도 비쳐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부산의 일선 구·군은 삼계탕 대접 등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복지 차원의 행사에 대해서도 법적 자문을 거칠 예정이다. 최근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관내 경로당 노인 160명에 식사를 대접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를 받게 되자 일선 지자체의 긴장감은 더해지고 있다.

화재 진압 후 땀으로 뒤범벅이 된 소방관들이 시원한 음료수를 대접받는 것도 직무와 연관이 있을 수 있어 부산시소방안전본부는 감사의 의미로 전달되는 금품을 모두 돌려보낼 예정이다. 부산시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저렴한 감사의 선물조차도 제재 대상이 되면 좀 삭막해질 것 같다"며 "그러나 꼭 선물 등 금품이 아니더라도 진심 어린 말로 감사의 마음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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