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초밥값 결제해라" 제약사 직원 몸종처럼 부린 의사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가 장장 4개월에 걸친 부산지역 의료계 리베이트 비리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국립대를 포함한 대학병원,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 산하 병원까지 5곳 병원의 의사 28명이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로 줄줄이 적발됐다. 이들이 제약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휘두른 낯뜨거운 갑질 행태도 함께 드러났다.
■제약회사 직원은 기사 겸 집사?
"우리 누나 전번입니다.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렸다 공항 수속하는 것 좀 도와주세요." "과장님, 잘 모셔다 드리고 짐 부치고 티케팅했습니다."
지역 의사 낯뜨거운 갑질
檢 리베이트 수사서 드러나
처방 대가 수억 원까지 받아
"계산 잘못됐다" 더 요구도
47명 적발, 의사 12명 기소
지난해 7월 대형병원의 한 과장은 제약회사 직원에게 새벽에 문자를 보내 자신의 누나를 공항까지 태워 주고 수속까지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한 외국계 제약회사 여직원이 "우리 아들이 ○○횟집에서 초밥을 먹고 있으니, 거기 가서 결제를 해 달라"는 모 대학병원 교수의 전화를 받았다는 일화도 등장했다.
부산지검이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의사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SNS 대화 등에 따르면 일부 의사들에게 제약회사 직원은 기사이자 집사이자 개인 금고였다. 식대 결제나 골프장 부킹을 부탁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지난해 11월 한 의사가 나눈 휴대폰 문자메시지에서는 "송년회는 A사, 신년회는 B사가 해주기로 했다"는 '스폰서' 리스트가 나왔다. 모두 공소사실에조차 포함되지 않은 일상적인 '리베이트'에 해당한다.
일부 의사들은 비상식적인 심부름도 거리낌 없이 시켰다. 올 3월 한 제약회사 직원은 모 대학병원 교수로부터 "○○변비약 몇 통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사흘 뒤 이 직원은 "품절된 지 오래라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지만 교수는 아랑곳 않고 독촉했고, 결국 딱 일주일 만에 이 변비약을 손에 넣었다. 또다른 의사는 인터넷 랜선, 휴대폰 케이스, 방향제 같은 물건을 구해 달라는 문자를 수시로 보냈다.
■부산 대형병원 의사들 줄줄이 재판에
부산지검 특수부는 올 5월부터 지역 의료계 리베이트 비리를 수사한 결과 의사 28명을 포함한 47명을 적발해 3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6일 밝혔다. 기소한 사람 중 12명이 의사고, 이 중 3명은 구속됐다. 사하구 개인병원 원장 1명을 제외하면 고신대병원 7명, 양산부산대병원 2명, 부산의료원·해운대백병원 각 1명으로 모두 대형병원이다.
가장 많은 의사가 기소된 고신대병원의 경우 부산지역 의약품 유통업체 Y사 대표 A(60·구속) 씨가 B(52·구속) 씨 등 이 병원 의사 7명에게 최근 4년간 총 3억 9300만 원을 의약품 처방 대가 리베이트로 제공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 씨는 환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처방내역 29만 건을 제공 받아 이 중 10% 안팎을 리베이트로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교수 중 한 명은 A 씨 측에 "어제 갖다 준 게 계산이 잘못됐다"며 다시 계산한 금액을 문자메시지로 보낼 정도로 리베이트를 당연하게 받아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양산부산대병원 교수 C(44·구속) 씨는 2008년부터 3년간 부산의 한 의약품 유통업체 대표 D(56) 씨로부터 1억 원대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 의료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공소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C 씨가 D 씨에게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4년 동안 7000만여 원의 헌금을 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부산지검 윤대진 2차장검사는 "의약품 시장 경쟁 구조에서 선택권을 가진 대형병원 의사들이 각종 갑질을 하며 음성적 리베이트를 수수한 행태를 적발했다"며 "앞으로도 리베이트 단속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