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절박한 지역예산은 쥐꼬리, '최순실 예산'은 수천억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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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문화융성' 사업의 기틀을 짜고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산시를 비롯한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허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억 원짜리 사업을 하려 해도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최순실 씨의 문화융성 사업 관련 의혹은 최 씨가 문화융성 사업을 기획했고, 1차적으론 1800억 원, 세부계획까지 포함하면 모두 1조 원의 예산을 집행하려 했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이 계획들은 구체성이 결여된 엉성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최 씨 추진 엉성한 '문화융성'
기재부, 1차 1800억 포함
총 1조 원이나 책정 집행 계획

지자체 현안 사업엔 현미경 검증
복잡한 과정 거쳐 대폭 '칼질'

"미래 먹거리 사업엔 '자린고비'
하명 예산은 바로 배정" 분노


정부가 새로운 융복합 콘텐츠 발굴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며 추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최 씨가 400억 원이 필요하다며 제안했고, 실제로 2019년까지 77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책정돼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해외문화원 설립에도 1090억 원, '국가브랜드' 연구개발 20억 원, '한국관광 해외광고'에 288억 원이 쓰이기도 했다.

지자체의 예산 담당자는 물론 지역 예산 확보에 민감한 여당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문화융성 사업 관련 의혹에 상당히 분개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지역 사업을 기획해 예산을 따내기 위해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기획재정부의 '칼질'도 버텨야 한다.

통상 지자체가 특정 사업을 하기 위해선 엄격한 기준에 따른 비용 대비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 타당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지자체는 기재부에 사업안을 올려 사업 추진에 대한 사실상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현미경 검증'을 벌여, 사업이 취소되거나 규모가 축소된다. 이후 국회로 사업안이 넘어가 최종 추진이 확정될 때까지 기재부는 지속해서 압박한다.

실제로 부산시의 경우 노후화된 도시철도 시선 개선 지원에 필요한 3115억 원 중 내년도 예산에 316억 원을 신청했지만, 기재부는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금융중심지를 위한 부산 금융전문대학원 설립에 필요한 13억 원도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공공시설 내진 보강 175억 원, 해운대 해일 방재시설 설치 9억 원, 청정공기산업 활성화 기반구축 사업 20억 원 등도 모두 기재부에서 거절당했다.

부산의 입장에서는 안전이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절박한 예산들이었다. 지역주민들에게는 엉성한 문화융성 계획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예산들이다.

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비선실세가 주물러온 문화융성 관련 사업에 허탈할 정도로 예산이 쉽게 배정됐다"며 "국회의 '쪽지예산'을 비판해 온 기재부가 비선실세의 '하명예산'에는 단 한마디도 못 하고 국고를 집행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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