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새 국면 맞은 검찰 수사
입국 하루 지나 최 씨 소환, 국민 불신은 그대로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전격 귀국한 30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취재진이 최 씨 등 관계자의 검찰 출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전격 귀국으로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새 국면을 맞았다.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에 관련자들을 잇따라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치권과 국민들의 불신은 해소될 기미가 없다.
검찰 "31일 오후 3시 출석 통보"
중국 간 차은택도 이번 주 조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공무집행방해
배임·횡령·탈세 등 각종 혐의 가능
■최 씨 귀국 이후 수사는
검찰은 31일 오후 3시 최 씨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도록 소환 통보했다. 최 씨가 사유화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금 강제 모금 의혹을 둘러싼 수사에도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30일 오후 소진세(66)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이석환 대외협력단 CSR팀장(상무)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최 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도 이르면 이번 주 중 중국에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0년간 최 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고영태(40) 씨도 지난 27일 밤부터 2박 3일간 강도 높게 조사한 데 이어 30일 다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성한(45)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도 곧 다시 소환할 계획이다.
최 씨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인사 등 청와대 문건을 사전에 받아보고 개입했다는 '국정 농단' 의혹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공범 또는 교사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유출된 문건이 대통령기록물로 인정될 경우 대통령기록물법 위반도 인정될 수 있다.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
청와대를 내세워 대기업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을 모금하는 데 개입하고, 더 나아가 두 재단의 자금을 국내와 독일의 유령 개인회사 더블루K나 비덱스포츠를 통해 빼돌렸다는 의혹도 수사의 큰 축이다. 횡령·배임 혐의나 탈세 혐의가 제기된다. 기금 모금 과정의 강요·협박죄나 독일 내 부동산 구입 자금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
최 씨의 딸 정유라(20) 씨가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관리에서 특혜를 받았다면 업무방해 혐의를 검토할 수 있다.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31일 오후 4시 이 세 가지 의혹에 대해 브리핑을 예고했다.
■검찰 수사 불신 걷어낼까
지난 2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 출범 이후 고영태 씨의 귀국, 청와대 압수수색, 최 씨의 귀국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여론의 기대는 바닥에 가깝다. 특히 검찰이 귀국한 최 씨의 신병을 곧바로 확보하지 않고 소환을 미룬 데 대한 비판이 끓어올랐다. 검찰은 공식 부인했으나 최 씨가 귀국할 때 검찰 수사관이 동행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최 씨 건강이 안 좋다면 검찰 안에서 편하게 쉬게 하면 된다"며 "최근 2~3일 흐름을 보면 당사자들이 입을 맞춰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흐름이 포착된다"며 정권 차원의 비호 가능성을 언급했다. 독일 검찰이 슈미텐 지역에서 돈세탁 수사에 나섰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SNS에서는 "차라리 최 씨를 도로 돌려보내 독일 검찰 수사를 받게 하자"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검찰은 청와대 등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최 씨의 혐의를 특정해 최 씨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특검 도입을 앞두고 시한부 수사에 나선 특수본이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만큼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한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