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토종' 김건희, 빙상 2관왕 질주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김건희(사진·만덕고)가 동계체전 빙상 종목에서 부산 선수로는 처음으로 2관왕에 올랐다.
김건희는 19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제98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사전 경기 쇼트트랙 여고부 3000m에서 5분58초238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1500m에서 2분58초204로 우승한 김건희는 이로써 이번 대회 2관왕을 차지하며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동계체전 쇼트트랙 여고부
1500m 이어 3000m도 금
빙상서 부산 선수 첫 다관왕
최민정 이을 차세대 기대주
동계 AG 메달 전망 청신호
부산 선수로 쇼트트랙 여대부 3000m에 출전한 강지희(한국체대)는 은메달, 쇼트트랙 남초부 2000m에 나선 정원재(신남초등)는 동메달을 각각 따냈다.
김건희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인 심석희와 최민정을 이을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김건희는 빙상 불모지인 부산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쾌거를 일궈 낸 주인공이다. 그동안 쇼트트랙 부문에서 부산 출신 국가대표는 있었지만 부산에서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태극마크를 단 쇼트트랙 선수는 김건희가 유일하다.
'얼짱' 김건희는 오는 3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스타 선수다.
8세 때 쇼트트랙에 입문한 김건희는 초등학교 시절인 2009년 10월 전국남녀꿈나무대회에서 2개의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전관왕을 차지해 부산 빙상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또 2013년 전국동계체전 여초부 2관왕에 올랐고, 2014년 동계체전 1500m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각종 전국대회를 휩쓴 그는 쇼트트랙의 '엘리트 코스'인 꿈나무 국가대표, 청소년 국가대표, 국가대표 상비군을 모두 거쳤고, 부산 선수로는 그렇게 힘들다는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부산 빙상계에선 무엇보다 김건희가 훈련 환경이 좋은 수도권이 아닌, 척박한 지역 여건에서 국가대표에 선발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국제 규격의 빙상장이 하나뿐이고 이마저도 시민들과 같이 사용하며 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 지역 내 쇼트트랙 선수층이 얇아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김건희는 줄곧 부산에서만 훈련을 해 왔다.
부산시빙상경기연맹 김경자(㈜두승 대표이사) 회장은 "김건희는 코너링과 체력이 뛰어나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이 기대되는 선수"라면서 "국가대표에 자만하지 말고 세계적인 스타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건희를 지도하고 있는 이호응 코치는 "그동안 부산에서 잘하는 선수들을 수도권으로 스카우트해 가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김건희도 제의가 있었지만, 부산 출신 국가대표를 꼭 만들고 싶다는 가족의 의지가 강해 부산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