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 대결 文, 양자 대결 安 강세… '구도'가 승부 가른다
'급조된 대선'이 승자 결정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19대 대통령선거가 7개월 가량 앞당겨 실시되면서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하는 대선전이 심하게 왜곡되고 있다. 정책이나 인물 경쟁은 온데간데 없고 짝짓기 형태의 '구도'가 승부를 가르는 방향으로 대선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대선주자가 합종연횡에 소극적인 것과 달리 일반 여론은 후보군의 압축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어 막판 대선 판도가 심하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5자 대결 文 33.7 安 27.3
3자 구도 文 36.6 安 32.7
文-安 양자 대결 땐 '박빙'
안 후보가 앞선 조사 결과도
보수 단일화 땐 예측 불허
각종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할 때 '다자 대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양자 대결'을 벌이면 안 전 대표가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와 '3자 대결'을 벌일 경우 판세가 다소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이 2일 실시한 여론조사(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참조) 결과 문 전 대표는 3자 대결과 5자 대결 모두 안 전 대표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안철수·홍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겨루는 5자 대결에서는 문 전 대표가 33.7%로 27.3%를 얻은 안 전 대표를 앞섰고, 3자 대결에서도 문(36.6%) 전 대표가 안(32.7%) 전 대표를 눌렀다.
하지만 문재인(36.4%)과 안철수(43.6%)가 맞붙는 양자 대결에서는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를 훨씬 앞질렀다. 리서치앤리서치(41.7% 대 39.3%) 에스티아이(48% 대 42%) 조원씨앤아이(44.0% 대 40.5%) 등 최근에 발표된 양자 대결에서도 두 사람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3자 이상 대결에서는 문 전 대표가 확실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일간(3월 31일) 지지도 조사에서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격차를 크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44.5%)-안철수(28.3%)-홍준표(11.3%) 간 3자 대결은 물론 문재인(41.7%)-안철수(25.3%)-홍준표(8.8%)-유승민(5.2%)-심상정(2.7%) 간 5자 대결에서도 문 전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양자 대결일 때만 박빙일 뿐 3자 이상 대결에서는 모두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5일 남은 대선은 '구도의 싸움'에서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보수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3자 대결로 압축될 경우 반문(반문재인) 진영 입장에서는 '한번 해 볼만한 싸움'이 될 수 있고, 홍 후보와 안 전 대표가 막판 단일화에 성공해 '양자 대결'로 전개된다면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로선 보수정당과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서로 다르고, 무차별적인 단일화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많아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아들 문제가 계속 이슈화되고, 대북관 및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이 가중될 경우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