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로맨스' 김소현 "소맥 제조요? 직접 했죠"(인터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소맥 제조 장면이요? 직접 했죠. 연습 많이 했어요."

배우 김소현은 언제까지나 아역일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연기 10년차를 맞이한 올해, 어느덧 20살 대학 신입생이 됐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라디오 로맨스'에서 노련하게 소주와 맥주의 황금비율을 맞추고, 능숙하게 운전대를 잡는 등 파격 변신을 선보였다. 처음으로 '뽀글뽀글' 볶은 머리는 덤이다. 그러면서도 윤두준과의 로맨스도 달달하게 그려내며 '차세대 로코퀸'다운 면모도 놓치지 않았다.

김소현이 연기한 송그림은 20대 중반의 라디오 작가.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와 붙임성과 성실성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작가임에도 글쓰는 재주는 모자란 인물이다. 하지만 어릴적 친구이자 현재는 톱스타인 지수호(윤두준)을 라디오 DJ로 기어이 섭외해내며 일과 사랑을 쟁취하게 된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소현은 첫 성인 연기 소감을 묻자 "다 새로웠다"고 답했다.

"이번에 많이 도전했어요. 라디오 작가라니, 이런 직종 전혀 예상 못했어요. 운전도 '소맥'도 처음이었고요. 그러다보니 어색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좀 익숙해질만 하니까 끝나서 아쉬운 것도 있고. 위화감을 느꼈다는 반응도, 재미있었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어쨌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건 기뻐요."


연기란 자신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나이나 직종을 초월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다만 아역의 경우 대부분 실제 나이와 비슷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이번 26살의 송그림은 20살의 김소현에게 고민이었다.

"20대 초반의 막내작가긴 하지만 송그림은 굉장히 적극적인 친구에요. 그렇다고 20대 후반이나 30대 연기는 분장은 어떻게 가능하다 해도, 제가 성인 연기 경험이 일천해서 어색할 가능성이 커 보였죠. 그러면 아무래도 연기자도 시청자도 몰입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나이는 크게 신경 안 쓰고 송그림 캐릭터에 집중했어요. 게다가 주도적인 성향의 주인공이다보니 극의 감정과 템포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데 그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송그림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동안 김소현에게 볼 수 없었던 면모들이 다양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뽀글머리나 운전도 그렇지만 특히 너무나 능숙하게 '소맥'을 제조하던 장면이 백미였다. 병을 흔들어 탄산가스를 가득 채운 뒤 병뚜껑을 엄지로 막고 아주 조그만 틈으로 맥주를 분사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영상으로 배웠죠. 혹시 몰라 대역 분까지 모셨는데 제가 했어요. 그런데 병 입구를 막는 건 엄지손가락이 작아서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병뚜껑에 구멍을 뚫는 방법으로 해결했어요. 재미있었어요."

그런가하면 익숙했던 모습도 있다. 김소현은 전작 '군주'에서, 전전작 '싸우자 귀신아'에서도 물에 빠졌다. 이번에도 극 초반 지수호 캐스팅을 위해 또다시 물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논개여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사실 영상으로는 엄청 많이 빠진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았어요. 앵글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나눈 편집본이에요. 그래서 방송보고 저도 놀라긴 했어요. 논란이 되긴 했지만 사실 그 장면은 필요했다고 봐요. 작가님은 자신이 대본 쓸땐 추운 날씨가 아니었다면서 미안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최소한으로 촬영해서 힘들지 않았어요. 그러고보니 제가 물과 연관이 많네요. 사실 물과 친한 편은 아닌데. 하하"


김소현은 나이에 비해 중후한 느낌을 주는 깊은 목소리가 특징이다. 덕분에 팬들은 라디오DJ로서도 그의 목소리를 원하기도 한다. 특히 잠자기 직전 들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주문도 있을 정도다.

"생각은 해봤어요. 하지만 제가 겨우 스무살이잖아요. 좀 더 삶을 살아본 후 깊이가 생기면, 그때서야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야 청취자들 사연에 공감할 수 있고 위로나 조언도 해줄 수 있겠죠. 그런식으로 좀 나중에 해보고는 싶어요."

이 대답에 극 중 라라희(김혜은)의 대사가 생각났다. 라라희는 글 솜씨가 늘지 않는 송그림을 향해 '바닥까지 떨어지는 사랑을 하고 나면 글이 좋아질지 모른다. 나도 처절하게 버림 받고 난 후에 실력이 늘었다'고 충고한 바 있다. 이처럼 극한까지 가는 사랑을 꿈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실 바닥까지 보여주는 사랑 같은거 상상이 잘 안가요. 그런데 이번에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애를 해보고 싶긴 하더라고요. 사랑하는 감정과 연인들의 예쁜 모습들이 좋아보였어요. 헤어져서 아픔도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사랑을 해봐야 연기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달라지지 않을까 해요."

그렇다면 송그림 옆에 있던 이강PD(윤박)과 지수호 중 누가 더 김소현의 스타일에 가까울까. 김소현은 일단 이강PD를 꼽았다. 그는 지수호 송그림 연인을 위해 사생팬을 막아주기까지하는 헌신적인, 하지만 보답받을 순 없는 행동을 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런 사람에 대한 마음은 정말 감동이죠.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날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헌신한다는 게 정말 대단해요. 그래서 이강PD가 송그림을 좋아한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일 할 때는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고, 그러면서 괴짜같은 모습은 정말 멋지지만 사랑 앞에서는 작아지는 모습이 안타까웠죠."

진태리(유라)도 극의 중심인물이었지만 송그림과 얽히는 모습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한 번 진태리가 송그림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다. 촬영 후 유라는 '차라리 맞는게 마음 편하다'며 김소현에게 미안한 감정을 전한 바 있다.

"마음은 백번 공감해요. 아픈게 낫죠. 때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드라마에선 필요하지만 사실 실생활에서 그런 모습이 얼마나 나오겠어요. 그래서 유라 언니가 안절부절 했는데, 제가 '저 많이 맞아봤으니 괜찮아요'라고 안심시켜드렸어요. 덕분에 NG 없이 한 번에 성공했죠. 그런데 살짝 겁먹긴 했어요."

이번 '라디오 로맨스'를 통해 김소현은 한 번 더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강점을 어필했다. 덕분에 그녀의 기사에선 종종 '차세대 로코퀸' 같은 칭찬을 볼 수 있다. 김소현은 감사하지만 그 별명이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다.

"마음에 들긴 하는데 저에게 그런 칭찬은 좀 이른 것 같아요. 로맨스를 더 잘 알아야하고, 경험도 많이 쌓아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배 연기자 보면 30대를 넘어서도 그런 수식어 있으신 분들 있잖아요. 저는 아직 로맨스를 한다기보다 '흉내'를 낸다고 생각해요. 댓글 반응도 그다지 좋지는 않더라고요. 하하. '새싹' 정도가 맞는거 아닐까요."


2018년은 김소현이 20살이 되기도 했지만 연기 10년을 맞이한 기념적인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크게 의미 두지 않는다. 다만 성인 연기자가 되기 위한 고민이 늘었다.

"아역부터 꾸준히, 많이 연기하다보니 대중들께 뭔가 새로운 걸 드리기 어려운 것 같아요. 언제까지나 학생처럼만 보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직 성인연기라는 것이 어떤 건지 감이 오질 않아요. 그저 발성이나 대사처리 훈련을 많이 하는 수 밖에 없죠. 그런 걸 기본으로 잡아가려 하고 있어요. 그런데 걱정만 하면 너무 처지니까 '집순이' 벗어나서 활동적인 20대 보내고 싶어요."

고민만 있는 건 아니었다. 김소현에겐 20대가 되서 해보고 싶은 것도 생겼다. 직접 운전하며 가족과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20대가 되자마자 촬영에 들어가서 목표 같은 걸 제대로 못세웠어요. 그런데 이번에 작품하면서 운전대를 잡았는데 면허를 따고 싶어졌어요.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과 여행가고 싶은 꿈이 있거든요. 혼자서 드라이빙도 가고 싶을때도 있어요. 일단 필기는 합격했고, 도로주행을 해야하는데 시간이 잘 안나네요. 하하."

사진=이앤티스토리, KBS2 제공

김상혁 기자 sunny10@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