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그늘, 해안의 역습] 해안선 잃은 부산, 재난에 속수무책

부산은 지난 50년 동안 해안지역에 산업·상업 시설과 주거지를 집중해서 개발했다. 그 결과 부산은 태풍과 해일 등 자연재난에 극도로 취약해졌다. 지구 온난화로 자연재난 강도가 갈수록 세지는 상황에서 부산은 자칫 천문학적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 해안 침수예상도 분석
100년 빈도급 해일고 상륙 땐
도시기반 시설 대규모 침수
市, 재난 대비책 마련 '뒷짐'
본보가 확보한 국립해양조사원의 '부산 해안 침수 예상도'에 따르면 '100년 빈도급 해일고'가 부산에 상륙할 경우, 원자력발전소 일대를 포함해 산업단지, 핵심 상권 등 도시기반 시설이 대규모 침수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년 빈도급 해일고가 밀물 때보다 해수면이 2m 이상 높은 해일고(평소보다 높아지는 해수면 높이)를 만드는데, 2003년 내습했던 매미가 가장 근접한 규모의 해일고를 만들어냈다. 매미는 순간 최고 해일고가 2m에 육박, 17명이 숨지고 7000여 명의 이재민, 2800여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침수 예상도에 따르면 100년 빈도급 해일고가 내습하면 서부산 에코델타시티 예정지, 서부지청·지원 부지 일대, 녹산산업단지에 2.72m 이상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 인근 지대가 1.5m 이상 물에 잠긴다. 중부산은 중구 남포동 일대부터 서면까지 8㎞ 구간이 1m 이상 침수 피해를 겪는다. 컨벤션, 쇼핑 시설이 밀집한 센텀시티, 올림픽교차로 등에 물이 들어찬다. 고리원전은 인근 500m 거리까지 해안이 침수되는 것으로 예상도를 통해 확인됐다.
침수 예상도는 국립해양조사원이 1140개 태풍 내습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으로, 강풍·강우가 동반될 경우 예상도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완충 역할을 해 줄 자연해안이 사라지고, 경제적 가치만 고려한 건축개발이 갈수록 해안으로 전진해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육근형 해양환경기후연구실장은 "마린시티, 메트로시티 등 대규모 주거지뿐만 아니라 녹산산단 등 주요 산업시설도 바다를 메워 만들었거나 해안선 인근에 형성돼 부산 주거 시민의 50% 이상이 해안선에 맞붙어 활동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수십만 년 동안 완충지대 역할을 하던 자연 해안선이 대규모 매립으로 사라져 재난에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재난이 올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부산시는 재난 대비에 손을 놓고 있다. 시는 국립해양조사원이 1140여 개 태풍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한 해안 침수 예상도를 2012년부터 매년 받아왔지만, 지난 7년간 이렇다 할 재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아 시민 안전에 뒷짐지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대 서경환(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갈수록 발생하는 태풍 수는 줄어들겠지만, 해수면 온도 상승이 만드는 태풍 에너지로 태풍 강도는 점차 세지고 있다"면서 "100년 빈도는 100년에 한 번꼴이 아니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lee88@busan.com
특별취재팀=박진국 차장 김한수·이승훈·민소영·김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