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그늘, 해안의 역습] ① 부산 어디 어디 침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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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도시' 부산은 밀물과 태풍이 겹쳐 100년 빈도의 해일고(평소보다 높아지는 해수면 높이)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100년 빈도 해일고를 일으킬 태풍이 지금 당장 오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 해일고가 부산을 삼킬 경우 고리원전 일대, 센텀시티, 에코델타시티, 서부산 일대 산단이 침수돼 산업·상업·주거 기능이 마비된다. 매립과 난개발로 만들어진 해양도시는 '해안의 역습'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 서부산

부산서 가장 높은 해일고 집중… 신항 대부분 잠겨

산업단지와 신도시 등 개발붐이 이는 서부산은 100년 빈도 해일고가 덮치면 부산지역 중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우선 르노삼성자동차 공장을 비롯해 신호일반산업단지에 최대 2m 미만 해일고가 덮쳐 전체 부지의 3분의 1가량이 침수된다. 침수 예상도에 포함된 업체만 50여 곳에 달하며, 부산 신항과 인접한 산업단지엔 최대 3m 미만에 달하는 해일고가 발생한다. 부산 지역 예상치 중 가장 높은 해일고가 서부산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만일 150년 빈도 해일고가 발생한다면 신호산단과 신항 대부분이 침수돼 사실상 부산지역 산업시설이 마비된다. 2003년 태풍 매미 당시 녹산산단 160개 업체에 바닷물이 덮쳐 영세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는 등 500억 원 규모의 재산 피해가 났다. 녹산산단이 있는 녹산동은 해일고가 2.72m로 부산 전역 136곳의 예측 지점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법원, 검찰, 아파트 등 신도시가 조성된 명지동과 에코델타시티 예정지도 최대 1.5m까지 해일고가 발생해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된다. 지반이 높게 설계된 오션시티 아파트들은 지도상으로 침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오나, 월파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서부산 상권과 주거지가 밀집한 하단동 일대도 1m까지 잠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락타운 뒤편부터 괴정천 양편 주거단지, 부산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등이 물에 잠긴다.

■ 중부산 
우암·수정·초량·좌천·남포동 일대 도심 침수

동천을 낀 부산 도심 일대는 100년 빈도 해일고에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시설과 서면을 중심으로 한 상권이 직격탄을 맞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면 일대 지류 하천은 범람과 함께 해일고로 인해 1m 이상 물의 높이가 올라간다. 부산항 부두, 자갈치 인근 해안이 범람하면서 남포동, 중앙동 일대도 대부분 침수가 예상된다.

부산항 제1부두, 제2부두, 제3부두, 제4부두, 제7부두, 연합부두는 최대 해일고 1.82m로 물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다. 제1부두를 시작으로 제7부두까지 해안 12㎞ 구간이 모두 침수되기 때문이다. 부두 배후지역인 부산역 일대부터 남구 우암동 일대에 이르는, 동구 수정동, 초량동, 좌천동 지역도 모두 1m가량 잠기게 된다. 서구 남부민동 일부 지역과 자갈치시장, 국제시장이 있는 남포동 지역은 과거 매립지인 저지대 지형이기에 해일고로 1.3m가량 침수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을 넘은 해일고의 영향으로 범일동을 따라 부산진구 전포동 경남공업고교 일대까지 침수가 예상된다. 부산항 인근 좌천동의 해일고가 일대에서 가장 높은 1.87m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도심을 관통하는 중앙대로를 중심으로 서면 중심가에서 부산역에 이르는 5㎞ 구간이 침수 대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문현금융단지 내 한국은행과 부산은행 본점 일부도 물에 잠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심의 침수는 막대한 인명 피해, 재산 피해를 의미한다.

■ 고리원전
반경 500m에 최대 1m 해일고 '사고 위험'

국내 전기 생산의 약 30%를 차지하는 '가'급 국가보안시설인 고리원자력발전소 반경 500m에 최대 1m까지 해일고가 생긴다. 장안천 하류 서쪽 월내해안길을 따라 상가들이 침수되고, 원전이 있는 하천 동편에도 최대 2m 미만의 해일고가 발생해 침수 피해가 예상된다. 100년 빈도 해일고로는 동편 도로를 넘어선 건물까지 물이 들어차진 않는다. 그러나 원전과 같은 국가보안시설은 국가 보안을 이유로 자연재해 조사 예상도 등에 포함되지 않지만, 태풍이 만드는 강풍과 강한 해일고로 일대가 월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올 6월 공개한 감사원의 '원전 안전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엔 고리 원전은 침수 예방 대책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리 3·4호기 냉각수 취수 펌프 시설은 해안 방벽 바깥에 두고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별도 침수 예방 대책도 세우지 않은 상태였다. 지진 및 폭풍 해일 등 극한 재해 발생 시 원전의 냉각수 공급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4년 전인 2014년 8월 집중호우 땐 고리 2~4호기, 신고리 1~4호기에 침수 사고가 나 발전이 정지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송정
송정천 일대 주거지역과 해안가 피해지역

동부산 대표 상습 침수지역인 해운대구 송정천 일대도 최대 1.2m에 이르는 해일고에 일대 주거 지역, 해안가가 침수된다. 송정해수욕장부터 공수방파제, 공수해안길 일대가 잠기고, 바다와 인접한 펜션, 카페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공유수면과 인접해 영업하며 부산지역 대표 관광콘텐츠로 자리 잡은 해안가 관광시설이 태풍, 해일에 위험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해안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지만, 동해선 송정역과 일대 송정초등교 옆 아파트단지도 상대적으로 저지대이기에 해일고 상승에 따른 침수 피해를 피해 갈 수 없다. 송정지역은 2009년 7월 7일 343.5㎜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이 일대 100㏊ 정도가 침수되면서 막대한 재산 피해가 났던 곳이다. 이후 저류시설, 배수펌프, 배수관로 확보가 이뤄졌지만, 100년급 규모의 해일고에는 폭우용으로 대비한 저류시설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 센텀시티
수영강변대로 옆 아파트·상업시설까지 물바다

부산 최대 쇼핑·컨벤션 시설이 밀집한 센텀시티 일대를 넘어 올림픽교차로까지 최대 1.72m까지 해일고가 발생한다. 수영강변대로 옆 초고층 아파트를 비롯해 일대 상업시설 부지가 최소 1m 높이로 잠기며, 벡스코 주변 도로는 최소 1.5m까지 물이 차오른다. 150년 빈도 해일고가 몰아칠 경우, 해일고가 1.77m에 달해 센텀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도 일부 침수가 예상된다. 해안 침수 예상도엔 표기되지 않았지만, 마린시티와 수영강 인접 민락동 아파트들도 안심할 수 없다. 이들 주거단지는 지반이 높기에 1~2m의 해일고에 지도상으로는 침수하지 않지만, 높은 해일고를 형성하게 하는 태풍이 폭우를 동반할 경우 명지오션시티처럼 폭우에 따른 월파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마린시티와 같이 만과 인접해 해안선이 튀어나온 지역은 파도의 응축된 힘이 세져 위험도가 더욱 증가한다. 실제 지난해 9월 부산 지역 폭우에 마린시티 일대 도로가 침수됐고, 2016년 태풍 차바에도 일부 저지대 아파트 지역에 침수 피해가 났다. 차바는 시나리오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태풍이다.

특별취재팀 jundragon@busan.com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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