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은 "최악 시나리오지만 현실화 가능성 높다"
해안 침수예상도의 현실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부산에 무자비한 피해를 일으킬 100년 빈도 해일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거세지는 태풍과 급격한 해수면 상승이 맞물린다면 '부산 침수'가 먼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해안 침수예상도에 지역별로 고루 위치한 136개의 해일고 측정 지점에서는 최저 1.05m부터 최대 2.23m에 이르는 해일고가 예측됐다. 역대 태풍의 경우 지형, 해수의 간조, 만조 상황에 따른 정확한 해일고 자료가 없지만, 부산에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매미, 루사의 경우 순간 최대 1m 이상의 해일고는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경남 일대에 큰 피해를 줬던 매미의 경우 마산만 관측소가 높은 파도로 인해 붕괴되기도 했다.
제주대 태풍연구센터 문일주 교수는 "해안 침수예상도는 과거 태풍 등을 바탕으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역대 태풍의 1분 단위 최대 해일고를 집계하진 않았지만, 2003년 태풍 매미의 경우 1m는 훨씬 넘어섰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해수면 상승 등으로 태풍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점도 해안 침수예상도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인다. 국립해양조사원의 2012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 연안 해수면은 1962년 625.6㎜에서 2006년 711㎜로 45년간 85.4㎜가 상승했다. 그중 2001년에서 2006년까지는 매년 10㎜씩 그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100년 후 부산 연안의 해수면은 지금보다 1m 이상 상승하게 된다. 이미 높아진 해수면에 태풍이 불어닥치면 해일고 수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송교욱 박사는 "부산지역 해수면 상승이 타 지역보다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해수면 상승과 대형 재난이 겹치게 되면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는 대형 재난이 발생할 수 있고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lee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