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서동 '리&쿡'] 40년 요리 경력 담긴 부드러운 돈가스
차가운 콜드소스를 사용한 '리&쿡'의 돈가스.40년 동안 음식을 만든 요리사가 있다. 호텔 등에서만 근무했을 뿐 특이하게도 단 한 번도 개인 식당을 열어본 적은 없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의 음식점을 처음으로 개업했다. 벌써 지역 주민들로부터 맛집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구서역과 장전역 사이 구서 SK뷰 1단지 아파트 인근에 있는 '리&쿡'의 이상신 대표다. 그는 조리사 생활만 40년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고등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열여덟 살 때부터 만진 칼은 이제 몸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호텔·부페서 근무 셰프의 야심작
바삭하기보다 촉촉함 강조한 조리
곁들임 채소도 내공 느껴지는 맛
이 대표는 대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음식 만들기를 배웠다. 대구 수성관광호텔 주방장이었던 고 장상용 씨를 만난 것은 그의 요리 인생에 행운이었다.
미군 부대에서 요리를 오래 했던 그를 따라다니5며 수성관광호텔, 전북 정읍 내장산관광호텔 등에서 같이 일했다. 이 대표는 이후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던 아젤리아호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골프장에서 15년, 광안리 시사이드부페에서 20년간 일하다 지난해 은퇴했다.
이 대표는 요리 인생을 통틀어 처음 자신의 가게를 열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했다. 2015년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자격증을 딴 뒤 부산디지털대 외식조리경영학과에 들어가 공부했고, 올해 2월 졸업했다.
그는 "체계적으로 요리와 식당 운영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양식 요리를 만들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식이 양식이다. 과거 호텔에선 돈가스, 비프가스, 햄버그스테이크를 팔았다. 그 맛을 살리고 그 추억을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돈가스에 돼지고기 등심을 사용한다. 사흘간 염제한 뒤 고기를 성형할 때 여러 양념을 넣어 다시 사흘간 숙성한다. 그렇게 하면 고기가 촉촉해진다고 한다.
소스는 일식 스타일로 만든다. 특이하게도 차가운(콜드) 소스다. 소스는 냉장고에 보관한다. 소스에는 채소가 많이 들어간다. 사과, 당근, 양파, 셀러리, 피망 등이 전체 소스 분량의 50%를 차지한다. 이러면 소스가 부드럽게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소스 만드는 순서는 이렇다. 닭고기, 돼지 잡뼈를 48시간 고아 육수를 만든다. 밀가루 '루'를 만들어 버터에 볶고 채소는 믹서로 갈아 액을 만든다. 육수와 루, 채소를 섞으면 소스가 완성된다.
빵가루도 매우 인상적이다. 일식으로 촉촉한 게 특징이다. 빵가루는 대구에서 가져온다. 다른 빵가루보다 배 정도 비싸다. 이 대표는 "이 빵가루에 따뜻한 소스를 뿌리면 죽처럼 변한다. 차가운 소스를 끼얹어야 부드럽고 촉촉한 맛을 낸다"고 말했다.
![]() |
| '리&쿡'의 이상신 대표. |
![]() |
| 새우를 올리브오일에 볶은 감빠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