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 피하지 말고 가볍게 넘어가자

사. 춘. 기.
'우리 아이도 언젠가 그러겠지' 막연히 생각만 했다. 한데 불청객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한 마디 한 마디 돌아오는 대꾸가 비수처럼 싸늘하다. 부모인 나도 성인으로 홀로서기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기 세계에 빠져버린 저 아이를 대체 어찌해야 할까.
자녀 '성장하는 과정' 인식 갖고
부모 마음 다스리기에 집중을
소통 차단되면 관계는 자연 악화
심한 말도 받아넘기며 대화 지속
3~5년 사이 결국 돌아오기 마련
믿고 듣고 기다리며 시간 쌓아야
아이보다는 부모의 '셀프 케어'가 우선
"딱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니에요" 교육상담업체 'J&H 컴퍼니'의 조현 대표는 담백하게 말한다. 아이의 반항에서 이유를 찾기보다 '자라나는 과정'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더라도 또래 친구가 생기면 부모와 친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지기 마련이다. 부모에게서 벗어나야 '나다움'을 찾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예전처럼 불쑥불쑥 자신의 삶에 들어오는 부모의 존재가 거슬린다. 사춘기 부모와 자식 간 트러블은 항상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조 대표는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 회복에 올인하지 말라고 한다.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더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짧으면 3년, 길면 5년 안에 아이는 사춘기를 지나 돌아온다. 하지만 그사이 부모는 '아이에게 더는 내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사실에서 적지 않은 배신감과 상처를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반대로, 상처받고 토라진 부모를 보면 아이는 아이대로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라고 답답해한다. 부모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해시키자니 이야기는 주절주절 더 길어진다. 결국 아이는 그게 싫어 소통을 완전히 차단하려 한다. 결국, 관계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조 대표는 "아이가 심한 말을 하더라도 절대 얼어붙으면 안된다. 더 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우리 엄마아빠는 독해서 속에 있는 말 다 해도 받아 넘기는구나' 안심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강단이 있어야 소통 자체가 끊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 대표의 상담 사례 중에는 '마흔 넘은 남편이 사춘기 행동을 보인다'며 하소연하던 부인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학업이 우수한 아이 중에 종종 사춘기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내는 케이스가 있다. 그러나 쉽게 생각했다 뒤늦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대폭발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아이가 제때 사춘기를 앓아주는 거만 해도 고맙게 여겨야 한다. 아무 말 않고 혼자 있는 폭탄 같은 아이보다 악을 쓰고 난리법석을 치는 아이가 감정적으로 더 건강한 아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춘기 아이는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떠나기를 수 년 간 수 차례 반복한다. 때문에 그 사이 부모는 '일년에 책을 10권 읽을거야' '좋은 영화평을 써볼 꺼야' 하는 식으로 자신을 재충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충고다. 부모가 여유가 있어야 아이를 안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하던 시절처럼 아이와 '밀당'하라
그럼 사춘기 아이와의 대화는 어떤 식으로 시작하고 전개해야 할까. 조 대표는 거듭 '라이트하게'를 강조했다. 배우자와 연애할 때처럼 라이트하게 밀고 당기라는 이야기다. 다가가면 짜증을 내지만 아예 포기해 버리면 아이는 '나를 사랑하는 걸 멈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은 싸웠다, 한 번은 선물 사주고 풀었다 하는 식으로 시간의 흔적을 쌓아야 한다. 그러면 결국 '엄마아빠가 나를 놓아주지 않아서 고맙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사춘기 무렵 딸은 아빠와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달리기 쉽다. 여자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정도면 아빠를 이성으로 인식한다. 여기에 좋아하는 남자아이까지 생기면 더 급격히 아빠와 멀어진다. 조 대표는 "딸에게 집착하지 말고 거리를 두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아빠는 네가 거리를 두는 거 같아 속상하다'고 솔직히 말했다가도 '이제 네가 다 큰 거 같아서 기쁘다'며 적당히 빠져나올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에게 가고 싶은데 아빠가 나에게 깊은 감정이 있다고 느끼면 딸은 힘들어진다. 집착하면 상대가 더 달아나는 연애처럼 아빠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느끼지 않는 게 포인트다.
여자 아이는 비밀을 공유하는 게, 남자 아이는 같이 게임을 하거나 음식을 먹어주는 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좋은 습관이다.
나무랄 때는 솔직하고 강단있게 나무라야 한다. 다독일 때는 맛있는 음식 한 번 사주고 화장품 하나 손에 쥐어준 뒤 쿨하게 다시 폭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마치 마일리지를 적립하듯 믿고 듣고 기다려주며 시간을 쌓아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조 대표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걱정하는데 트라우마는 쉽게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여유와 강단을 가진 부모가 되어 더 적극적으로 치고 빠지시라"라고 당부했다. 권상국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