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계 경찰’ 폐기… 트럼프 신고립주의 가속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6일(현지 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서쪽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 미군 장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트럼프판 신고립주의인가?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계속할 수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세밑 지구촌의 외교안보지형에 심상찮은 파장을 드리우고 있다.
이라크 미 기지 깜짝 방문
“세계경찰 역할 더는 안 돼
미국은 세계의 호구 아냐”
외교·안보 지형 파장 일 듯
방위비 협상 등 험로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26일(이라크 현지 시간) 이라크 알아사드의 미군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며 “모든 짐을 미국이 져야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를 이용하고, 우리의 엄청난 군을 이용하는 국가들에 더 이상 이용당하기를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의 호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시리아 철군에 대한 비판론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20세기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타고 세계 곳곳의 분쟁에 개입, 국제질서의 수호자임을 자처해왔던 미국의 역할이 중대한 변곡점에 올라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발언이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미국의 적극적 개입주의 노선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실행 모드’의 성격을 띠고 있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시리아에서 2600명 규모의 미군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확정한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며 탈레반과 싸우고 있는 미군 병력 철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의 경찰 역할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노선인 ‘미국 우선주의’와 짝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 분야의 보호무역주의가 그렇듯 미국의 실리·실익 극대화를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겠다는 고립주의 노선이다.
여기에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동맹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동맹이더라도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관계 재조정’도 불사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의 경찰 중단 선언이 중동 지역에서의 ‘발 빼기’를 가속화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 전면 철군에 이어 2001년 9·11 테러 이후 17년째 지속되며 교착 상태에 빠진 아프간 전선에서도 서서히 발을 빼면서 중동 전략을 사실상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 같은 정책 기조가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큰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25일에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등 인화성 큰 이슈로도 불씨가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분쟁지역 방문에는 국내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FP 통신은 “이번 방문은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따른 혼란,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의혹이나 러시아와의 연계 의혹 등에 대한 수사 등 국내 정치적 문제로부터 국민의 관심을 돌리게 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좀 더 거시적으로는 2020년 재선을 겨냥해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사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의 하나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이라크 미군 부대 방문은 후폭풍을 몰고 온 시리아 철군 방침을 19일 발표한 이후 일주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후 분쟁지역에 주둔한 미군 부대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기 전 항공기 급유를 위해 27일 새벽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 들렀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