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코아 암각화서 배운다] 1700억 들어간 댐 건설 포기, 세계유산 등재로 가치 더 높여
코아 암각화 보존을 위해 짓다가 중단한 도루강 수력댐. 이달희 교수 제공‘암각화는 수영할 수 없습니다.(The Carvings can’t swim)’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포즈 코아 암각화를 수몰 위기에서 구한 건 포르투갈 국민들의 절박한 외침이었다. 반구대 암각화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코아 암각화는 어떻게 세계유산이 될 수 있었을까?
구석기인들이 만든 코아 암각화 이야기는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르투갈 정부는 도루강(Douro) 지류 코아계곡에 수력댐을 짓기로 했다. 코아계곡 인근 마을인 빌라노바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경작하는 포도밭과 올리브 농장에 농업용수를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당시 유럽연합 최빈국으로 꼽힌 포르투갈의 경제성장 동력 중 하나로 추진됐다.
이즈음 고고학조사팀이 코아계곡에서 수천 점의 사람과 동물 그림을 발견했다. 현재 1000여 개 바위에 1만 점 이상 그림으로 구성된 대규모 야외 구석기유적인 코아 암각화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 포르투갈은 ‘댐 건설이냐, 암각화 보존이냐’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된다.
포르투갈 정부는 세계적 관심을 집중시킨 암각화 발견에도 불구, 1994년 댐 건설을 강행하면서 시민, 학생들의 엄청난 반발을 초래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선데이 타임스, BBC 등 해외 언론마저 댐 건설을 우려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유네스코도 조사단을 파견해 구·신석기 암각화의 존재에 대해 포르투갈 정부에 희귀성과 독보적 가치를 강조했다. 포르투갈 안팎으로 전대미문의 암각화 보존 캠페인이 시작된 것.
결국 포르투갈 정부는 1996년 공식적으로 댐 건설을 포기했고, 코아 암각화는 2년 뒤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포르투갈 국민들은 댐 공사에 들어간 1억 5000만 달러(약 1700억 원)의 세금 손실을 기꺼이 감수했다. 코아 암각화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더 높게 평가했다는 얘기다. 포르투갈의 이 같은 결정은 세계적으로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경제적 중요 사업을 포기한 ‘최초의 중대 사례’다. 코아 암각화 보존 이야기가 한국에 던지는 교훈은 명확하다.
‘우리는 반구대 암각화를 물에서 구하기 위해 어떤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가.’
권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