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오범죄·英 종교적 선동·獨 SNS 혐오표현 ‘강력 규제’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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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각국이 혐오와 차별 표현에 관한 규제 법률 제정에 나서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혐오표현과 혐오범죄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혐오표현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혐오범죄에 대해선 연방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많은 주에서도 차별이나 편견에 근거해 행해지는 범죄에 대응하는 증오범죄법(Hate Crime Act)을 갖고 있다. 영국은 2005년 선거에서 종교적 증오선동을 범죄화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건 노동당이 승리한 후, 2006년 인종·종교적 증오선동규제법 (Racial and Religious Hatred Act 2006)이 마련되면서 1986년 공공질서법 제3장 후반부에 종교적 증오선동에 관한 규정을 두게 됐다.


차별·편견 막고 테러 방지 목적

혐오에 따른 폭력 제재 국내법 無


독일에선 형법상 대중선동죄로 혐오표현을 규제하고 있다. 이 조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줄어들지 않던 반유대주의가 1950년대 이후 더욱 증가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지만, 그 보호 대상은 유대인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게 ‘주민의 일부’라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소셜네트워크(SNS) 내 법 집행 개선법’(이하 SNS위법규제법·NetzDG)도 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과 테러 선동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법으로 볼 수 있다. 형법상의 표현물 처벌이 미치지 못해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였던 SNS 공간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이 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SNS 업체가 혐오와 차별 발언, 테러 선동, 허위 정보, 아동·미성년자 포르노, 위헌단체의 상징물 등 불법 게시물을 차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신고’하거나 자체적으로 ‘발견’한 콘텐츠를 24시간 이내에 차단하고 위반행위 검증 시 7일 이내 삭제해야 한다. 사업자가 이런 의무를 위반할 경우 최대 5000만 유로(약 648억 원)의 벌금을 물린다.

우리나라는 인종차별 선동이나 인종 혐오에 근거한 폭력행위에 대한 형사제재를 규정한 국내법이 없고, 차별금지에 대한 기본법조차 제정되어 있지 않아 차별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거나 유형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국제협약의 국내법 적용도 한계가 있다. 성적지향, 피부색, 출신지역, 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보수 기독교계 등의 강력한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는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은 절대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18대 국회와 19대에서도 발의됐던 차별금지법은 20대 국회에선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종우 기자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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