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미군 MRO 첫 계약… 지역업계 낙수효과 본격화
4만t급 군수지원함 정비 작업
50여 년간 축적 기술 인정 평가
군수 넘어 상선 분야 확대 기대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HJ중공업 제공
HJ중공업이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처음으로 따냈다. 이번 수주는 HJ중공업의 독보적인 특수선 기술력을 국제 무대에서 공인받은 것일 뿐 아니라, 지역 조선기자재 업계에 막대한 낙수효과를 가져올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HJ중공업은 15일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 및 해상수송사령부와 4만 톤급 대형 군수지원함인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함’에 대한 MRO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고 밝혔다. 건화물과 탄약을 운반하는 이 함정은 내년 1월 부산 영도조선소에 입항할 예정이다. HJ중공업은 선체 및 주요 시스템의 정밀 점검, 필수 부품 교체, 도장 등 고난도 정비 작업을 수행하게 되며, 내년 3월 말 미 해군 측에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HJ중공업이 50여 년간 축적해 온 특수선 건조·정비 노하우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미 해군 기준을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함정 MRO 시장은 높은 기술적 신뢰도와 보안 유지가 필수적인 만큼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HJ중공업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뚫고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거대 미 해군 정비 시장에서의 추가 수주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한미 양국 간 조선 협력이 군수 분야를 넘어 상선 분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미 상무부 국제무역청 알렉스 크루츠 부차관보를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이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직접 찾아 현장 실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크루츠 부차관보는 SNS를 통해 한국 조선소의 역량에 놀라움을 표하며 “동맹국들과 대규모 상선 건조 협력을 논의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역 경제계는 이번 MRO 수주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미 함정 정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부산·경남 지역 조선기자재 기업들에게 일감이 떨어지는 낙수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HJ중공업은 지역 업체들과 ‘MRO 협의체’를 구성하고 기술 교류, 전문 인력 양성, 부품 공급망 구축 등 상생 협력 방안을 모색해 왔다.
HJ중공업 유상철 대표는 “이번 계약 체결은 회사의 정비 역량과 기술력, 확고한 계약 이행 능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값진 결과”라며 “미 해군이 요구하는 엄격한 납기와 품질 기준을 완벽히 충족시켜 신뢰 기반을 공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익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