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무물통 사체 유기 사건] 4년 전 가출신고, 경찰은 그동안 뭐했나
무려 5년이나 사체가 유기된 A(21·여) 씨는 이미 4년 전 가족에 의해 가출신고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년간 사체가 고무 물통에 묻혀,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살해 신고가 있기 전까지 A 씨의 행방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 가족은 2015년 12월 연락이 되지 않는 A 씨를 찾아달라며 경남 진주경찰서에 가출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성의한 수색 비난 목소리 커
인권침해 이유 위치 추적 어려워
가출 신고가 된 시점은 A 씨가 살해된 지 1년이 지난 즈음. 오랜 기간 집을 비우고, 연락도 되지 않는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경찰은 A 씨의 신변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된 ‘가출 신고 체계’가 가동되지 않았다. 연고도 명확하고, 사회 생활도 정상적으로 해 왔던 A 씨였기 때문에, 주변인 수소문으로 충분히 주소나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경찰이 ‘무성의한 수색’을 벌인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이날 범죄는 A 씨를 살해한 피의자 B 씨 지인 신고가 아니었다면 ‘완전 범죄’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었다.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따로 공조 수색 요청이 들어오지 않는 등 부산 관할 경찰서는 A 씨가 부산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출신고자가 범죄에 연루되거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더라도 이를 미리 막을 법적 장치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18세 이상 성인 가출자의 경우 장애인이나 치매환자가 아니라면 ‘인권 침해’ 여지로 인해 강제로 위치추적을 할 수 없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납치될 우려가 있으면 위치추적이 가능하지만, 사실상 당사자와 연락이 되지 않으면 이를 증명하기도 어렵다. 직장도 없이 현금만 쓰며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 경우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부산지역에서 가출신고 이후 1년 이상 행방을 찾지 못한 사람이 50명가량이다. 매년 수천 건의 가출신고가 접수되는데 이 중 5~10%가량이 미제로 남는다. 더불어 가출신고 후 12시간이 지나면 합동심의위원회가 열려 수사 전환 여부 등을 검토하지만, 이를 판단하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아동, 장애인, 치매 환자 등이 아니면 인권 침해를 이유로 타 공공기관에서 정보 제공을 꺼리는 등 성인 가출자에 대한 추적망이 완전하지는 않다”면서 “범죄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장도 발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등 법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