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무물통 사체 유기 사건] 사체 담긴 통 보면서 정상적인 생활 가능했을까?
사체를 옮길 때 사용한 여행용 가방.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남구의 주택가에서 발생한 이번 살인 사건은 시신 은닉 과정이 비상식적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로 사건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살인 시점부터 사체를 보관한 과정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남아 있다.
먼저 사체를 계속해서 집에 보관한 이유와 타인에게 발견된 적은 없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세제, 시멘트, 흙 등으로 덮어도 사체 냄새가 새어 나오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다. 살해 이후 사체를 옮길 때 사용한 여행용 가방을 물통 옆에 그대로 보관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무엇보다 사체가 담긴 물통을 날마다 바라보며 어떻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정신과 진료 기록 등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 씨가 살해당한 원룸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경찰은 당시 A 씨가 보증금 5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임대인이 A 씨와 연락이 끊긴 뒤 월세를 받지 못했다면 경찰에 신고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B, C, D 씨 중 누군가가 대신 월세를 지불했거나 집을 청소한 뒤 방을 비웠을 수도 있다. 경찰은 “아직까지 임대인이 누군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경찰은 피의자들의 살해 고의성 여부 등을 수사로 입증해야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A 씨의 유골과 엇갈리는 피의자들의 진술에 의존해 5년 전 사건의 조각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은 “평소 A 씨를 죽이고 싶었다”는 B 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B 씨는 A 씨의 머리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를 입증하려면 수사를 통해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데, A 씨의 시신은 현재 감식이 어려운 상태다. 경찰 발견 당시 A 씨의 사체는 흙과 시멘트에 뒤엉켜 유골만 남은 상태였다. 범행 날짜 등 피의자들의 진술까지 일부 엇갈리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추가적인 증거 확보를 위해 피의자들의 휴대전화를 제출 받아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사건 관계자들의 병원 방문 기록 일부와 신용카드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필요한 경우 피의자들을 상대로 최면 수사나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할 예정이다.
이우영·이상배 기자 verdad@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