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시청자 붙잡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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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시청률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지상파 방송사가 타개책을 마련했다. 바로 평일 드라마 편성시간 변경과 폐지다. 방송계에선 ‘예고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비지상파의 드라마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고,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이 변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돌파할 방책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MBC, 평일 드라마 밤 10시에서 9시로
SBS, 월화극 한시적 중단 뒤 예능 편성

여러 장르 선보이는 비지상파 약진
시청자 저녁 생활패턴 변화도 큰 영향
수백억 적자 내는 드라마 제작 대신
부담 덜하고 ‘치고 빠지는’ 예능 눈돌려

MBC·SBS, 편성 변경…KBS도 준비 중

오후 9시로 시간을 당겨 22일부터 방영되는 MBC 수목극 ‘봄밤’에서 주연을 맡은 정해인.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MBC. 이달 초 편성 회의 결과 평일 드라마 방송 시간을 밤 10시에서 9시로 최종 확정했다. 오는 22일 전파를 타는 수목극 ‘봄밤’이 첫 타자다. 그리고 6월 ‘검범남녀2’도 적용대상이다. 9월부터는 월화극을 폐지할 예정이다. 시간이 비게 된 밤 10시대는 예능이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MBC는 “치킨 게임 양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변화”라며 “시청자의 선택권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SBS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현재 방송 중인 ‘초면에 사랑합니다’ 이후 한시적으로 월화극을 중단하고 예능을 편성한다. 현재 이서진과 이승기가 출연을 논의 중이다. 앞서 SBS는 예능이 주로 방송되던 금·토요일 밤 10시에 드라마 ‘열혈사제’를 편성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SBS 관계자는 “월·화요일에 새로운 편성을 시도해 다양한 시청자들의 니즈를 만나볼 것이며, 여름 이후 다시 월화극으로 시청자를 찾아갈 것”이라 말했다.

다만, KBS는 아직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다. 양승동 사장은 “계속 변화가 있어야 하고, 창조적 파괴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KBS도 나름대로 편성 변화를 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지상파의 이러한 시도가 방송계 전반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지상파의 경쟁력 강화-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이 같은 변화의 이유로는 비지상파의 약진이 꼽힌다. 이들 방송사는 스릴러 액션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높은 수준으로 선보여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응답하라…’시리즈를 시작으로 ‘미스터 션샤인’ ‘SKY캐슬’ ‘눈이 부시게’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러다 보니 한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배우들이 JTBC와 tvN 드라마를 가장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시청자의 생활패턴 변화도 꼽힌다. 저녁 여가시간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는 것. 지난해 11월 신한카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식업 카드 결제가 가장 많았던 저녁 시간대가 2012년에는 오후 8~9시였다. 하지만 2018년에는 7~8시로 앞당겨졌다. KT도 지난해 8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대 직장인 평균 근무시간이 전년 동기간 대비 55분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MBC 주성우 드라마 본부장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드라마가 시청자들이 모인 시간대를 찾아가는 건 당연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결국은 ‘돈’ 때문?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두고 볼 수 없어 행동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MBC의 경우 2017년 500억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봤고, 지난해에는 적자액이 약 1200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났다. SBS도 올해 1분기 영업 손실이 278억원(연결 재무재표 기준)으로, 전년 동기(2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68시간)조정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종영한 SBS ‘해치’의 이용석PD는 SNS를 통해 “원래라면 150일 동안 촬영하겠지만 주당 68시간 제도에서 170일 일정으로 예산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더 줄어든 주당 52시간 제도가 도입된다. 그는 “드라마 수익성은 줄어드는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하다”고 밝혔다.

16부작(32회) 드라마의 경우 제작비가 평균 100억 원 안팎. 그런데 열 편 가까운 평일 드라마 중 제작비를 회수하는 경우는 한두 편에 불과하다. 드라마만으로 매년 수백억의 적자가 발생하는 셈. 하지만 예능이라면 부담이 훨씬 덜하다. 제작비, 출연료 모두 드라마보다 훨씬 적게 든다. PPL도 훨씬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 파일럿 제작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치고 빠지기’ 전법도 가능케 한다. 드라마가 빠진 자리에 예능이 들어가는 이유가 설명된다.

지상파의 ‘몸부림’이 시청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 메아리가 될지, 아니면 공허한 외침에 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상혁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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