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이 관광 경쟁력” 세심한 배려가 감동을 만든다
['관광 뉴딜' 나선 부산] 하. 인프라보다 일상의 서비스
‘일상이 관광이 되고, 관광이 일상이 되는 도시.’
부산시가 국제관광도시 선정 사업에 뛰어들면서 내건 슬로건 중에 하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황당한 바가지요금을 겪었다거나, 도로 한복판에서 거침없는 난폭운전으로 곤욕을 겪었다는 부산 후기가 휴가철마다 끊이질 않는다. 관광은 디테일에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감동을 주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예산이 집행돼야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인프라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사소한 것 실망하면 경쟁력 없어
내국인, 바가지·교통 불만 높고
외국인, 일어 중심 안내 가장 불만
일상서 마주하는 것부터 개선을
■바가지·교통지옥 이미지 벗어야
부산시가 최근 발표한 ‘2019년 부산방문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만족도는 89.6점(100점 만점), 내국인의 만족도는 84.8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외국인 모두 부산의 관광지 매력도, 모바일·인터넷 이용편의, 치안 등 관광 인프라적 요소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내국인은 여행경비(75.8점), 대중교통(77.3), 시민 친절도(80.7) 등 관광 수용태세와 직결된 부분에 특히 낮은 점수를 줬다.
불편사항을 묻는 설문에 내국인 관광객들이 답한 결과를 봐도 ‘관광비용 가격책정을 물가보다 높게 함’(12%), ‘대중교통 이용과 연계 불편함’(4.9%), ‘관광지 교통 혼잡과 체증’(4.8%) 등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지난여름 부산을 찾았다는 직장인 김영규(33·서울 영등포구) 씨는 “인터넷으로 꼼꼼하게 검색한 뒤에 해산물을 사 먹었지만, 뒤늦게 시가보다 비싸게 주고 산 걸 깨달았다”며 “3박 4일 재밌게 놀다 오고도 바가지를 썼다는 불쾌함 탓에 좋은 기억들마저 색이 바랜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동서대 신철(관광학부) 교수는 “관광 인프라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관광객이 기대하고 온 도시 이미지와 실제가 다르다면 관광객은 그 도시에 재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시의 이미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것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김기헌 부산울산지사장은 “부산은 즐길 거리, 먹거리, 볼거리가 풍부한 도시지만 디테일에 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며 “국제관광도시 선정을 계기로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업계 종사자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친절의식과 환대의식 등을 한층 고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어 서비스 다변화 급선무
같은 조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은 외국어 안내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외국어 안내판 부족(7.5%), 외국어 교통편 안내서비스와 앱의 필요성(2.9%),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 서비스의 다양화 필요(2.5%) 등을 불편요소로 꼽았다.
부산 관광업계가 특정 국가, 특히 일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은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인 관광객 비중은 전체의 22.8%에 달했다. 그렇다 보니 유명 관광지의 외국어 안내 서비스는 대체로 일본어 중심이다.
부산관광협회 서학영 부회장은 “특히 남포동은 모든 시스템이 일본인에게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중국인과 동남아인은 물론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미주·유럽시장을 감안해 영어 안내 서비스가 서둘러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핀에어 직항노선 취항이 코앞인데 부산에서 영어 가이드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부실한 관광 안내소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신철 교수는 “김해국제공항과 부산역 정도를 제외하면 관광 안내소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찾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구석으로 밀려나 있다”며 “외국어 책자만 몇 개 꽂혀 있는 지금 수준의 관광 안내소로는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끝-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