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루즈선에도 감염자 발생… 커지는 ‘크루즈 포비아’
크루즈 감염자 구출 비상
지난 1일 홍콩을 출발해 일본, 대만, 필리핀, 태국, 괌 등 5개 국 항구가 정박을 거부하면서 2주가량 해상 생활을 했던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 승객들이 15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구에서 하선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1500명을 싣고 2주가량 바다에서 떠돌던 미국 크루즈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앞서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상황에서 또다시 ‘크루즈발 집단 감염’ 우려가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15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 입항한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 탑승했던 83세 미국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캄보디아에서 비행기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넘어왔다. 여성의 남편은 테스트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웨스테르담호 미국 여성 확진
크루즈발 집단 감염 공포 확산
일본 크루즈 70명 또 감염 확인
확진자 355명으로 크게 늘어
미국·대만 등 자국민 구출 계획
지난 1일 기항지인 홍콩에서 출항한 웨스테르담호는 일본, 대만, 필리핀, 태국은 물론 미국령 괌에서도 입항을 거부 당해 2주일가량 바다를 떠돌다 지난 1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 겨우 입항했다. 이 크루즈선의 선사는 홀랜드 아메리카로,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업체 소속이다. 41개국 출신 승객 1455명 가운데 미국인이 651명으로 가장 많고, 승무원 802명 중에도 미국인이 15명으로 집계됐다.
캄보디아 보건당국은 이들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14일부터 하선을 허가했다. 그러나 하선 직후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항공은 웨스테르담호에 탔던 승객 11명의 탑승을 거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 중에는 네덜란드인 2명도 포함됐다. 캄보디아에서 하선한 뒤 말레이시아로 넘어온 이들은 암스테르담행 KLM 810기에 탑승하려 했지만,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여성과 접촉했을 수 있다는 의혹 속에 탑승이 거부됐다.
웨스테르담호에 탔던 91명의 네덜란드인들 중에는 이미 본국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본국에서 당국의 관찰을 받을 예정이라고 네덜란드 보건당국이 밝혔다.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는 16일 70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추가로 확인됐다고 NHK와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3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이후 지금까지 크루즈선 탑승자 약 3700명 중 355명의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이로써 크루즈선을 포함한 일본 내 전체 코로나19 감염자는 408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크루즈선 탑승자 중 1219명에 대한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졌다. 일본 정부는 탑승자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 음성 판정자는 19일부터 순차적으로 하선시킬 계획이다.
이 크루즈선에 탑승한 자국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 홍콩, 대만도 각각 전세기를 보내기로 했다.
16일 홍콩과 대만 언론에 따르면 홍콩 보안국은 일본에 전세기를 보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타고 있는 330명의 홍콩 시민을 데리고 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안국은 전세기 투입 날짜에 대해 일본 측에 자세한 일정을 신속히 확인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만 정부 역시 이 배에 타고 있는 20여 명의 대만인 철수를 돕기 위해 전세기를 보내기로 하고 일본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도 15일 성명을 내고 이 크루즈에 탑승한 자국 시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전세기를 보낸다고 밝혔다. 다만 증세가 있는 캐나다인은 전세기를 타지 못하고 일본 의료시설로 이송되며, 귀국하는 탑승객들도 14일 동안 격리될 예정이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