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불똥 튄 아파트 분양시장, 잇따르는 분양 연기
지난 14일 시작하려던 분양을 오는 21일로 미룬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아파트 모델하우스. 삼정건설 제공
코로나19의 불똥이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튀고 있다. 아파트 분양은 모델하우스 개장과 함께 초기 흥행몰이가 중요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 탓에 사람 모이는 곳을 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일부는 모델하우스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나눠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예 분양을 무기한 연기하는 곳도 있다.
“경기 회복세 찬물” 우려 제기
“철저 방역으로 극복” 업체도
“3월 되면 정상화” 전망 나와
현 정부 들어 2년 넘게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었다가 지난해 11월 8일 청약조정대상지역 해제로 부산 지역에 훈풍이 불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16일 부산 지역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봄을 맞아 분양을 준비하던 건설사들이 잇달아 분양을 연기하고 있다. 이유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주택 분양에는 목돈이 들어가는 만큼 실물(후분양)이나 모델하우스(선분양) 직접 확인을 통한 구매 방식이 필수적이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이에 치명적이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W건설이다. 이 업체는 이달 말과 다음 달 초에 분양을 시작하려던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원래 영도구 청학동에 아파트 262세대, 남구 감만동에 224세대를 분양할 계획이었다. 미리 준비해 놓은 버스 광고와 현수막 등은 모두 버렸다. 시점이 표시돼 나중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당 10만 원씩의 분양 도우미 50여 명도 모두 돌려보냈다. W건설 대표는 “그동안 워낙 분양 시장이 안 좋았다가 2년 만에 분양을 하려고 했는데 엉뚱하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목을 잡았다”며 “사태가 가라앉을 때까지 분양을 무기한 연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곳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금조달 등을 감안할 때 무작정 분양을 미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철저한 방역으로 불안감을 극복한다. 남구 대연동 대연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아파트(337세대)가 그런 경우다. 지난 14일 시작하려던 분양을 오는 21일로 일주일 미뤘다. 그러고는 일주일간 모델하우스 방역과 장비 설치 등을 실시하고 있다. 분양 행사도 최대한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다.
이 단지는 이달부터 아파트 청약 업무가 금융경제원에서 한국감정원(청약홈)으로 이관된 이후 부산에서 처음 분양되는 곳이다. 새 시스템에서는 가점 등 청약자격 확인이 손쉬워져 내심 분양 흥행을 기대했던 곳이다. 이 아파트 분양대행사 대표는 “모델하우스 전체를 방역했고, 입구에 열감지 카메라와 소독 발판을 설치했다”며 “방문객들에게 마스크도 무료로 나눠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델하우스는 일주일마다 살균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모든 대안을 마련하는 데 수천만 원이 든다”고 귀띔했다.
16일 부산시와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부산 지역에서는 2만 4000세대 정도의 신규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해(약 1만 7000세대)보다 크게 늘었다. 그만큼 올해 분양시장이 괜찮다는 증거다. 아직 분양 예정 시점이 도래하지 않아 판단을 유보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부산지역 분양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이 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로나19 사태가 분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터졌을 때는 모델하우스를 여는 선분양 아파트가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동안 워낙 어렵다가 올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 만큼 3월이 되면 불안감을 극복하고 분양시장이 정상화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지난 13일 개장한 이케아에서 보듯 집객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4~5월까지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마선 기자 msk@
김마선 기자 m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