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882. 상금이 주어져?
이진원 교열부장
다 아시다시피 ‘주다’의 상대어는 ‘받다’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상금을 ‘주면’ 그는 내게서 상금을 ‘받는다’. 이렇게 붙어다니다 보니 ‘주다-받다’는 아주 긴밀해져서 ‘주고받다’라는 한 단어가 생기기도 했다. ‘오가다, 오르내리다, 치고받다’도 모두 같은 항렬. 한데, 그러고 보면 아래 기사들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 경기는 1인 많이 뛰기 우승자와 1인 2중 뛰기 챔피언이 1분 동안 벌이는 경합인데 이긴 선수에게 대통령상이 주어진다.’
‘이 외에도 총 100명의 상위 기록을 보유한 게이머에게는 넥슨캐시 및 ‘지존권’ 아이템 등 다양한 상품이 주어진다.’
‘주어진다’라니…. ‘주다’의 피동형인가? 하지만, 말이 안 된다. ‘주어지다’가 성립하자면 ‘받아지다’도 성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상을 받아진다’나 ‘다양한 상품이 받아진다’ 같은 표현이, 말이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저 ‘주어지다’가 몹시 수상쩍은 것.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주어지다: 일, 환경, 조건 따위가 갖추어지거나 제시되다.(나에게 주어진 시간/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다/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라./운 좋게도 내게 유학 갈 기회가 주어졌다./바라던 모든 것이 주어졌는데도, 마음은 공허하기만 했다./그는 인생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자기에게 억지로 주어진 것이라 믿어 왔다.〈홍성원, 육이오〉)
과연, ‘주어지다’는 ‘받아지다’의 상대어가 아닌 것이다. ‘일, 환경, 조건 따위’가 전제이므로 ‘대통령상, 다양한 상품’에 쓰기엔 적절하지 않은 것. 상장과 상금, 상품은 조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결과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김현 소설가와 정진경 시인이 수상하게 됐으며 소설 500만 원, 시 3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이 주어진다.’
그러니 이런 문장은 아래처럼 손보는 게 좋겠다.
→올해는 김현 소설가와 정진경 시인이 수상하게 됐으며 소설 500만 원, 시 3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을 받는다.
→→올해는 김현 소설가와 정진경 시인이 수상한다. 창작지원금은 소설 500만 원, 시 300만 원이다.
저런 수동형, 피동형은 영어 때문이라는 주장이 꽤 설득력 있다. 권위주의 시절에 언론 탄압을 피하기 위해 피동형이나 익명표현을 많이 쓰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주체를 흐리게 한다는 것. 피동형이 책임 회피형처럼 보이는 이유다. 게다가 지금은 대놓고 대통령과 정부를 조롱하고 비난할 수 있는 시대이니 이제는 피동형과 거리를 두는 게 어떨까 싶다.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