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자금 풀어라” 미국-이란 갈등에 볼모된 부산 선박(종합)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란 혁명수비대 억류 배경

이란에 억류된 우리나라 선박과 관련해 초치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가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은 유조선 ‘한국케미호’가 4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함정들에 의해 억류될 당시의 현장 사진이다. 연합뉴스·AP연합뉴스 이란에 억류된 우리나라 선박과 관련해 초치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가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은 유조선 ‘한국케미호’가 4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함정들에 의해 억류될 당시의 현장 사진이다. 연합뉴스·AP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가 우리나라 선박을 억류한 배경으로 한국 내에 동결된 ‘이란 자금’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을 견제하고 대(對) 이란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이란이 미국의 맹방인 우리나라의 선박을 볼모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 외교차관의 이란 방문이 추진되는 시점에 선박을 억류한 것은 동결 자금과 관련한 협상에서 우위에 서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 국면에서 이번 억류가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란은 미국이 걸프 해역에서 군사적 위력을 과시하면 이에 즉각 대응해 세계 최대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제3국의 선박을 종종 억류해 '제해권'을 대외에 확인했다. 한국 선박을 억류함으로써 제재에 동참하는 친미 동맹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를 노렸다는 시각도 있다.


제재 동참 친미 동맹국에 경고 메시지

한국 내 이란 자금 7조 지불 압박 의도

선원노조 “정치·외교 희생물 돼선 안 돼”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에 예치된 일반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지준금)이 지난해 9월 기준 3조 4373억 원이다. 이 자금의 90% 넘는 몫이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맡긴 돈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도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이 동결돼 있다. 한은에 예치된 초과 지준금과 기업·우리은행에 동결된 금액을 모두 합치면 약 70억 달러(7조 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그동안 우리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사용하는 방안을 우리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인 탄하이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3일(현지시간) 이란 ILNA통신에 “2일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을 만나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사용 방안을 논의했다”며 "코로나19 백신 등 상품을 사는 데 이 자금을 소진하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란은 세계보건기구(WHO) 주도의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 정부 측에 국내 은행에 동결돼 있는 자금을 백신 대금으로 입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인도적 거래의 범주에 속하므로 이란 측 요청이 수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12월 한국에 동결된 자산을 찾아 백신을 살 계획을 세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환경오염 관련 법 규정 위반을 이유로 우리 선박을 억류해 한국에 동결된 대금 지불을 압박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국제정치와 외교적 이유로 애꿎은 선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선원과 선박은 정치·외교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이란은 우리 선원들에게 들이댄 총구를 거두고, 한국케미호를 즉각 억류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한국노총과 선원노련은 “이란은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해협 봉쇄로 위협했고 여러 차례 선박을 나포하기도 했다”며 “이럴 때마다 선원의 생명과 선박운항의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반복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종열·이자영·윤여진 기자 bell10@busan.com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스마트폰 영상제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