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습서 한 권에 수업·인터넷 강의 정리하는 ‘단권화’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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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예과 수시합격 고3 학생 수기

서울대 정문(위)과 의과대학 전경. 부산일보DB 서울대 정문(위)과 의과대학 전경. 부산일보DB

저는 2021학년도 수시 일반전형으로 서울대학교 의예과에 합격하였습니다. 꿈을 향해 노력한 3년이, 좋은 결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가장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 글이 혹시라도 저처럼 꿈으로 달려가고 있는 친구들과 수험생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었습니다.

대부분 다른 분들의 합격 수기가 그러하듯이 가장 뻔한 거라고 생각되지만, 고등학교 재학 기간 내내 학교생활의 모든 활동에 충실해지려 했던 것이 합격에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어떤 활동이든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1학년 때부터 의사가 되고자 하는 저의 진로와 관련 없는 교내행사도 대부분 참가했습니다.


논문·서적 찾아 탐구활동 보고서 작성

구체적 계획 세워 내신 성적 관리 노력

스트레스·체력 관리는 모든 활동 기반


그 예로 시낭송 대회를 꼽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 시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시 문구를 수첩에 메모하긴 했어도 낭송의 경험은 없었지만, 이 분야에 재능이 있던 친한 친구를 따라 지원했습니다. 낭송할 시를 선정하고 낭송 때 사용될 배경음악을 선택·편집한 뒤 배경 그림을 그려 넣고 유튜브를 통해 낭송법을 익혔습니다. 시 낭송으로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잘 전달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었고 좋은 결과로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진로와 연관된 활동을 잘해야 학생부종합전형 평가를 좋게 받는다고 하지만, 어떤 활동이라도 자신에게 의미가 될 수 있는 활동이라면 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학기 말의 각 교과목 시간에 추가 탐구활동 뒤 친구들 앞에서 발표 시간이 주어졌을 때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혹은 진로와 관련된 특정 과목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교과목에서 평소에 관심을 가지던 분야와 연결지어 탐구하고 발표하려 했습니다. 대부분 내신 고사가 끝난 지 얼마 안 돼 피곤한 상태였지만, 좋아하는 분야와 발표할 교과목과 연계성을 찾아 흥미를 잃지 않도록 애썼습니다. 이어 각종 논문과 관련 서적을 찾아보며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했습니다.

충실하게 학교생활에 임하면서도 내신 성적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저한테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습관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내신 고사 기간이 다가오면 A4 용지 두 장을 전부 계획표로 가득 채울 정도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습니다. 가로에 공부할 교재를 적어놓고 세로에는 각 교과목 명칭을 적어놓은 뒤 최소 한 과목에 각 교재를 4번 이상씩 볼 수 있는 칸을 만들었습니다. 내신을 준비하는 동안 공부한 만큼 각 칸에 동그라미를 치는 방식으로 표를 채워나갔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마음 편히 다음 공부로 넘어갈 수가 없는 성격이라 이해가 될 때까지 공부하다 보니 한 교재를 열 번 넘게까지 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단권화’를 습관화했습니다. 이 방법은 제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자습서 한 권에 수업시간의 필기, 문제의 새로운 선지, 인터넷 강의 교재에 적힌 필기 등 온갖 관련 모든 필기를 한 권에 뭉치려 했습니다. 단권화는 가지고 다니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 권에 정리함으로써 모든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여 내 머릿속에 지식을 구조화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3학년 내내 단권화를 진행한 제 과학탐구 수능특강 교재에는 원래 글씨가 안 보일 정도로 필기가 많이 돼있습니다. 수능 직전에는 교육과정 전체가 시험 범위이기에, 내신 고사와 달리 A4 용지 몇 장의 촘촘한 계획표를 세울 수 없어서 2주 간격으로 모든 수능 과목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2주 간격으로 작은 틀을 세워놓은 후, 부족한 부분들을 더 채우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모든 활동의 기반이 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스트레스와 체력 관리입니다.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준비 기간에 잠시도 쉬지 않고 미친 듯이 공부만 한 적이 있습니다. 한 3일 정도 공부만 하니 오히려 집중력도 떨어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져서 이렇게 공부하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때부터 수능 직전까지도 제가 하고 싶은 취미는 꾸준히 즐기면서 공부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등하교 시간과 점심 자습시간 때는 노래도 자주 들었습니다. 단, 과하지 않게 자신만의 적당한 선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해방감을 누리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학년이 올라갈수록 내신 경쟁이 치열해져서 불안감에 시달리고, 각종 시험의 성적에 따라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를 믿어주는 친구의 위로 문자와 다 잘될 거라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시는 선생님의 격려에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체력에 무엇보다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면’이었습니다. 모의고사나 내신 고사 직전의 3일은 무조건 12시 이전에 잠들었습니다. 벼락치기가 아닌 이상 지금 30분을 더 공부해서 얻을 수 있는 간단한 지식보다 30분 늦게 자서 잃게 되는 집중력의 타격이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수능에 가까워지면서 수능 치는 시간에 미리 수면 패턴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12시 30분 이전에 잠들고, 6시에 기상하는 것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수험생활 내내 매일매일을 버틴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참 많이 힘들었고, 저 자신에게 실망해서 우는 날도 많았으며, 불안감에 가슴 졸이던 날이 많았습니다. 저에게 대학 합격이라는 그 시간이 영원히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별들은 밤하늘 없이 빛날 수 없을걸’이라는 노랫말처럼, 우리가 겪어낸 고난의 밤하늘 속에서도 노력한 모든 이들이 결국 빛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채민 예문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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