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뒤 살아서 묶어낸 문학 산문
김형술 산문집 ‘구름 속의 도서관’
의자에 대한 다양한 사색 담아
나름의 예각을 지닌 산문을 쓰는 김형술 시인이 산문집 <구름 속의 도서관>(시와반시)을 냈다. “문학산문집을 내지 말자”고 다짐하며 던져두었던 원고들이란다. 그런데 왜 그 원고들을 묶어서 낸 것일까. 그는 2019년 심각한 병원 신세를 졌다. 연말 지하철에서 쓰러져 구급차 신세를 졌다. 중환자실에서 보름 가까이 누워 있으면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아픈 사람들을 멍하니 지켜보면서 ‘여기서 살아 나간다면 고향으로 가야겠다’고 다짐했단다. 그리고 묵혀둔 짐 같은 글들을 모아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오만 치기 부끄러움이 묻어나는 글, 부끄러움도 자신의 일부라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의자 시인’이다. ‘의자’를 시적 주제로 삼아 시를 많이 썼다. 그의 산문을 좀 따라가 본다. “인간에게 최초의 의자는 어머니의 자궁 속이고, 들길 바위 숲속에서 놀던 어린 시절의 의자는 ‘자연’이다.” 의자라는 의미의 확장인데 한 인간의 존재 근거, 처해 있는 곳, 성취한 사회적 지위나 명성, 그가 추구하는 이상, 시인됨, 그리고 한 인간의 인격 등등이 그가 말하는 ‘의자’다. 여하튼 그는 많은 의자를 편력했다. 때깔 나는 시도 쓰고, 노래도 부르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탐했으며, 부산문협 사무국장도 했다.
그런데 의자는 뭔가. 종내 ‘사람이 앉는 것’ 아닌가. 그래서 훌륭한 시인, 성숙된 인간이라는 것도 그 자체로 목표가 되기보다는 사람이 와서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하는 것 같다. 의자는 달성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늙은 목수가 만드는 편안한 의자 같은 것이어야 한다는 거다. 그는 남에게 내어줄 수 있는 의자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단다. 이 책은 그가 만든 의자에 앉혀놓은 그의 생각 같은 거다.
50편 가까운 산문 중 허만하 강은교 정영태 김언희 조말선 이선형 성선경 시인 등에 대한 그의 인터뷰와 산문이 있는데 이를테면 그의 의자에 이들 시인이 앉아 있는 것이다. 그 의자에 정영태 시인이 앉아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시인은 시를 쓰는 눈과 시를 보는 눈이 같은 거야, 시는 잘 못쓰지만 시를 보는 눈은 높다고 말하는 놈들, 그거 다 거짓말이야.”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