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 통신대란 ‘쥐꼬리 보상’으론 재발 못 막는다
KT가 지난달 2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통신장애와 관련해 쥐꼬리 보상안을 내놨다. KT는 이날 89분 동안 발생한 장애가 약관에서 정한 보상 기준에 미달하지만 ‘900분’으로 확대 적용해 요금 감면을 한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10일분의 요금 감면을 한다. 꽤 선심을 쓰는 것 같지만 실제 보상액은 개인 1000원, 소상공인 7000~8000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피해와 상관없이 개인은 과자 한 봉지, 소상공인은 밥 한 끼 먹고 떨어지라는 이야기다. 이런 식의 하나 마나 한 보상은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불만과 분노에 기름을 끼얹을 뿐이다.
피해액 기준으로 보상안 내놓고
시스템 개선 등 근본 대책 시급
KT는 이번 사고에 대해 머리를 숙였지만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KT는 사고에 대한 일차적인 잘못은 협력사에게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공식 사과를 하는 당일에 협력사에 구상권 청구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가 정작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심야에 작업하도록 했던 당초 계획이 낮으로 바뀐 이유와 현장에 당연히 있어야 할 KT 측 관리자는 왜 없었는지에 대한 해명이 없다. 특정 통신사의 기지국이 손상되면 다른 통신사 망을 활용해 통화나 문자를 제공하도록 하는 재난로밍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이번에 실행되지 않은 점도 큰 문제다.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라면 지금처럼 책임을 협력사에 미루기보다 재발 방지 대책부터 앞세워야 한다.
KT가 사고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 3년 전과 비교해 나아진 게 하나도 없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 2018년 11월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 때도 처음엔 위로금과 함께 유무선 가입자 1개월 이용요금 감면안을 제시했다. KT는 소비자 불만이 비등하자 나흘 만에 동케이블 기반 유선서비스 가입자에게 최대 6개월 감면안을 추가로 내놨다. 아현 화재는 주말에 발생해 서울과 경기 일부에만 영향을 미쳤다. 이번 장애는 월요일 점심시간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벌어진 대규모 사고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상 총액이 3년 전 사고와 비슷하다는 것은 터무니없이 보상액이 적다는 의미다.
통신사별로 2∼3년마다 한 번씩 이런 대규모 불통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통신 3사와 정부가 생색내기용 보상만 되풀이한 탓이다. 피해 보상안은 실제 발생한 피해를 기준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자영업자 피해 규모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피해신고센터 구성이 우선 순서다. 실질 피해 보상과 함께 시스템 개선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사고 직후 국회에 출석한 구현모 KT 대표가 “약관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보상하겠다”라고 했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올해 KT는 코로나로 인해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 KT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수긍할 보상안을 다시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