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좌천초등에 가면 ‘빨간 비’가 내린다
원도심 폐교가 ‘부산형 문화예술교육 공간’ 실험의 장으로 거듭났다.
부산 동구 좌천동 옛 좌천초등학교에 가면 기후와 관계, 공동체 위기극복 문제를 예술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공간 문화예술교육 사업 ‘소행성 42PX†5H’을 2일 시작해 28일까지 좌천초등학교에서 진행한다. ‘소행성’은 행성처럼 부산 곳곳에 더 많은 문화예술교육 공간이 생기기를 바라는 뜻이며, ‘42PX†5H’는 옛 좌천초등학교의 구글 좌표를 의미한다.
부산문화재단은 ‘수정아파트 프로젝트’(2019년), 아미동 비석마을 등에서 진행한 ‘빈방의 서사’(2020년)의 형태로 공간과 문화예술교육의 접점을 찾는 사업을 펼쳐왔다. ‘소행성 42PX†5H’가 진행되는 좌천초등학교는 2018년 폐교 이후 동구청이 매입해 문화교육 복합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사업은 폐교와 같은 도시의 유휴 공간에서 아동·청소년 대상의 예술체험·놀이·교육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모델을 보여주고, 부산형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사업 진행
기후와 공동체 위기 문제 체험의 장
폐교 등 유휴 공간 활용 새로운 모색
좌천초등학교 3층 전체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이 가득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기존 교실 공간과 복도를 활용해 관계·공동체·기후 위기 극복 교실을 구성했다. 평일 오전에는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미술, 무용, 연극, 문학, 영상, 공예 등 여러 장르가 결합한 형태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한다. 2일 범일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인근 지역의 초등학교, 아동센터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오후와 주말에는 일반인 대상의 도슨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최동민 작가를 비롯해 10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이서연 작가의 작품 ‘귀를 기울이면’은 관계 위기 극복을 다룬다. 천장에 매달린 구슬에는 코로나 시대를 이야기하는 8개국 어린이의 보이스파일이 담겨 있다. 이연정 무용가는 아이들이 빈 교실에 뜨개실로 관계의 선을 직접 만들고, 수수깡으로 서로를 지탱하며 함께 선을 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위기극복을 생각하게 한다.
기후변화를 상징하는 터널을 지나 비밀의 회전문을 열면 2051년 빨간 비가 내리는 지구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펼쳐진다. 현재 부산에는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이 없다. 2018년 전주시와 성남시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 조성사업이 본격화됐고, 지난해 부산 북구에도 청소년 전용 예술교육공간 꿈꾸는 예술터 설립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구의회 제동(부산일보 2020년 12월 10·14일 자 8면 보도)에 이뤄지지 못했다.
부산문화재단 문화교육팀 김정 팀장은 “유휴공간인 폐교를 활용한 이번 사업을 통해 이런 형태의 문화예술교육도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 설립 필요성을 더 널리 알려 많은 분이 힘을 실어주시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