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소비자물가에 허리 휜다”… 부산 9년 8개월 만에 최고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부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 8개월 만에 최고치에 달해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또 단 하루 만에 0.2%포인트(P)나 뛸 정도로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달 추가 금리인상도 예고돼 있어 부담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통계청 “전년 대비 3.2% 올라”
전국 생활물가지수는 4.6%↑
10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
석유류·축산물 값 高물가 견인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급등세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2%가 올라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부산도 전국 평균과 같은 3.2%로, 2012년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소비자물가는 상품과 서비스 460개 품목을 매월 조사해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전국 생활물가지수는 4.6%가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구입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작성된다. 이는 10년 2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물가를 끌어올린 주 요인은 먼저 석유류 제품에 있다. 부산에서 휘발유는 26.7%, 경유 31.2%, 자동차용LPG는 28.1%가 각각 올랐다. 또 돼지고기(7.1%) 달걀(30.4%) 수입쇠고기(20.1%) 등 소비가 많은 축산물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컸다. 수입쇠고기가 이렇게 오른 것은 환율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물류비용 상승 때문이다.

최근 쌀값 상승으로 막걸리(25.1%)도 많이 올랐고 소주도 6.4%가 올랐다. 빵(6.1%) 떡(7.0%) 햄·베이컨(7.6%) 등 가공식품도 상승했다. 이밖에 전세(2.0%) 구내식당식사비(8.9%) 아파트관리비(4.1%) 생선회(외식 18.2%) 등도 꽤 올랐다.

외부활동이 늘어나면 물가상승에 대한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부터 유류세가 인하돼 휘발유의 경우 L당 164원이 가격이 떨어지지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폭이 워낙 커 164원이 내려도 물가안정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2일 현재 부산의 휘발유는 L당 1764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1년전(1306원)에 비해 35.1%가 오른 가격이다.

대출 금리도 치솟고 있다. 1일 기준 A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3.68∼4.68%다. 지난달 31일 금리(3.47∼4.47%)와 비교해 불과 하루 사이 상단과 하단이 모두 0.21%P 올랐다. 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하루 만에 3.88∼5.08%에서 4.00∼5.20%로 양 끝이 0.12%P씩 높아졌다. 해당 은행 관계자조차 “은행채 등 시장금리를 반영한 것이지만, 이처럼 금리가 하루에 0.2%P나 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다른 은행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더 올리면 대출금리가 6%대에 진입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부진을 고려해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소비자물가가 이처럼 크게 오르면서 금리인상 명분이 더 강해졌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이모(58) 씨는 “식품은 소비를 줄일 수가 없는데, 고기와 야채 등이 많이 올라 장을 볼 때마다 부담된다”며 “수출은 잘 된다고 하는데 개인 살림살이는 왜 더 어려워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덕준·이주환 기자 casiope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