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콘텐츠 전쟁 본격화… 글로벌 기업 잇단 한국 상륙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거대한 자본’을 업은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들이 이달 잇따라 한국에 상륙해 본격적인 콘텐츠 전쟁에 돌입한다.
애플TV+(애플TV 플러스)가 4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12일엔 디즈니+(디즈니 플러스)가 첫선을 보인다. 현재 국내엔 ‘오징어 게임’과 ‘D.P.’ ‘킹덤’ 등으로 일찌감치 기반을 닦은 넷플릭스와 웨이브·티빙·왓챠 등 토종 OTT가 서비스 중인 상황이라 앞으로 콘텐츠 업계에 적지 않은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애플TV’이어 ‘디즈니’도 진출
국내 시장 선점 넷플릭스 긴장
“K콘텐츠 다양화 이끌 기회”
“토종 OTT 살아남기 힘들 것”
콘텐츠 업계 지각 변동 예고
미국 애플사의 OTT인 ‘애플TV 플러스’는 이날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 브레인’(닥터 브레인)을 공개하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TV 플러스 콘텐츠는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하거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사의 기기에서 볼 수 있다.
애플TV 플러스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만 제공하기로 했다. 다른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와 함께 TV·극장의 작품을 서비스하는 것과는 다른 전략이다. 현재 애플TV 플러스는 70여 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 중이다. 애플TV 플러스는 월 구독료를 글로벌 OTT 가운데 가장 낮은 월 6500원으로 책정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넷플릭스의 월 구독료는 9500원, 디즈니 플러스는 9900원부터 시작한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가 내놓은 디즈니 플러스도 이달 한국 시청자를 찾는다. 디즈니 플러스에선 디즈니와 마블 스튜디오, 픽사,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디즈니 핵심 브랜드와 일반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인 스타의 영화·TV 프로그램을 모두 볼 수 있다.
현재 디즈니 플러스가 보유한 자체 콘텐츠는 1만 6000개 이상이다. ‘인어 공주’와 ‘라이온킹’ ‘알라딘’ ‘겨울왕국’ 등 인기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탄탄한 팬덤을 가진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등이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다. 디즈니 플러스는 마블의 인기 악당 로키를 다룬 영화 ‘로키’와 스칼렛 위치의 탄생기를 다룬 ‘완다비전’을 한국 서비스 첫날인 12일 공개한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OTT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연령층을 사로잡을 콘텐츠를 이미 가진 데다 제작 역량도 충분하다”고 봤다.
‘오징어 게임’과 ‘D.P.’ ‘킹덤’ 등을 전 세계적으로 흥행시키며 국내 시장의 우위를 선점한 넷플릭스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흥행성을 인정받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다.
콘텐츠 업계에선 이런 변화를 두고 희망과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글로벌 OTT들이 국내 시장에 발을 디디면서 K콘텐츠의 세계적인 경쟁력 제고와 콘텐츠 제작의 다양화를 이끌 수 있지만, 거대 자본에 토종 OTT가 밀리면서 상대적인 위기에 처할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OTT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 토종 OTT는 기본적으로 콘텐츠 한 편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의 규모가 다르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콘텐츠 확보의 불균형이 발생해 토종 OTT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될 것”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K콘텐츠의 경쟁력이 입증되면 이를 모아 놓은 토종 OTT들에 해외 투자가 유치돼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봤다. 정 평론가는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문법을 잘 활용하면서 로컬의 차별성을 갖고 있다”면서 “글로벌 OTT들이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면 한국 제작사와 맺는 계약은 물론 토종 OTT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