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충성하지 않아” 강골 검사 정권과 대립하며 제1 야당 후보로
“진보 정권 ‘칼잡이’에서 보수 정당 대통령 후보로.”
지난 5일 국민의힘 대통령 최종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설명하는 말이다.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대학교수 부모 아래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충암중, 충암고를 거쳐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현 정부서 검찰총장 고속 승진
법무부 장관들과 맞서다 결별
1982년 양쪽 눈의 시력 차가 큰 부동시로 병역을 면제받은 그는 9번째 도전인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면서 검사의 길에 들어섰다. 그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는 2013년 정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다.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맡은 그는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단숨에 ‘강골 스타 검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혹독한 수사 때문에 박근혜 정부로부터 미움을 받은 그는 연이은 좌천성 인사로 4년 동안 전국 각지를 떠돌아야만 했다. 이후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에 발탁되면서 화려한 복귀에 성공한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단숨에 파격 승진했다. 윤 전 총장은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했다. 당시 지검장이던 그는 이 전 대통령 조사를 직접 지휘한 뒤 구속영장 청구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에게 건의했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은 보수 진영을 상대로 한 수사를 이끌다. ‘적폐청산 칼잡이’로 불린 그의 승진 가도는 거침이 없었다. 2019년 6월에는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에서 ‘촛불 혁명’의 공신으로 추앙받던 그는 현 정권의 법무부 장관들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의혹 등을 연달아 파헤치며 현 정권과 맞섰다. 이후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면서 현 정권과는 완전히 결별했다. 야권에서는 ‘거물급 반문(반 문재인)’의 등장에 환호했다. 그는 순식간에 야권 유력주자로 꼽히며 차기 대선 예비후보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윤 전 총장은 올해 3월 여권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하면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사회)”이라고 비판하며 총장직을 내던졌다.
이은철 기자 eunch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