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0선 양강’ 맞대결… 대선 레이스 막 올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1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의 양강 구도 속에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가세한 다자 대결로 출발하게 됐다. 이번 대선의 특이점을 꼽자면 거대 양당 후보 두 사람이 모두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0선’ 후보라는 점이다. 원내 경험이 전무한 후보가 여당과 제1야당 ‘간판’으로 나선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선출
민주 이재명, 지자체장 경험뿐
거대 양당 후보 원내 경험 ‘전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 작용
도덕성 문제 최대 화약고 될 듯
3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8개월 만에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른 윤 후보는 ‘27년 검사’ 경험이 사회 생활의 전부인, 그야말로 정치 신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인상적인 말로 스타 검사로 부상한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수장으로까지 중용됐지만 ‘조국 사태’ 이후 정권과 대립하면서 ‘반문재인’ 진영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결국 정권 교체를 바라는 ‘당심’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대선 본무대에 서게 됐다.
앞서 여당인 민주당 후보 자리를 거머쥔 이재명 후보 역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등 수도권에서 오랫동안 선출직 지자체장 경력을 다져 왔지만,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아웃사이더’에 가깝다. 2005년 열린우리당 입당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는 했지만, 당 주류에서는 변방의 인물에 불과했다. 특히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는 비토 여론이 상당했지만 특유의 돌파력으로 다선 의원들이 즐비한 경선 레이스를 압도적인 지지율로 극복해 냈다.
두 주자의 약진은 여의도 정치로 대변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세간의 뿌리 깊은 반감이 최대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현 정부 들어 진영 대결이 고착화되면서 통합·협치 능력보다는 상대 후보를 압도할 수 있는 이른바 ‘스트롱맨’에 대한 선호가 강력하게 작동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후보의 경우, 기본소득, 지역화폐 등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현금 지원 정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실행하겠다고 나서면서 ‘포퓰리스트’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윤 후보는 부정식품,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전두환 옹호에 이은 ‘개 사과’ 대응 등 잦은 설화와 논란성 행보로 자질 부족 시비를 스스로 증폭시킨 바 있다. 여기에 두 후보의 도덕성 문제는 향후 레이스에서 최대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형수 욕설’, 여배우와의 불륜 논란 등도 대선 과정에서 재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후보 역시 ‘고발 사주’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장모와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도 수면 아래 암초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대선이 진보와 보수 진영의 일대 격전이 예상되는 만큼 친여 성향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친야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안 후보의 완주 또는 막판 단일화 역시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