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넘어서도 집요한 은행원 설득, 보이스피싱 막았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은행을 찾은 고객을 직원이 영업시간이 지나도록 설득해 1000만 원가량을 지켜냈다.
9일 부산은행에 따르면 50대 A 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3시께 부산은행 대연동 금융센터를 찾았다. 이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줄 테니 이 기회에 상환을 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은 것. 금융감독원은 대출업무를 하지 않는데, 이를 몰랐던 A 씨는 은행을 찾아 120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달라고 은행 직원에게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이라고 주장하는 곳의 가상계좌에 입금하기 위해서였다.
금감원 사칭에 속은 50대 고객
대연동 부산은행서 인출 고집
직원 기지 발휘 1200만 원 지켜
A 씨를 응대했던 이지원(32) 대리는 500만 원 이상 현금인출 시 그 사용처를 물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A 씨에 인출 사유를 물었지만, A 씨는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렸다’는 취지의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현금 인출을 고집하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여긴 이 대리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자, 그제야 A 씨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 대리는 전화금융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A 씨에게 인출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은 ‘인출 목적을 은행직원에게 말하면 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미리 언질을 준 상황이었다.
이러다간 A 씨가 정말 사기에 휘말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 대리는 다른 지점에서 A 씨를 응대한 경험있는 직원 등과 합세해 A 씨를 설득하고 나섰다. 이들의 설득은 은행 영업 마감시간인 3시 30분을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은행 직원들은 결국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은행직원과 경찰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스피커 폰으로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이와 스피커 폰을 켜 두고 통화를 했다.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경찰과 은행이 A 씨를 설득했고, A 씨는 결국 현금 인출을 포기했다. 이에 부산 남부경찰서는 지난 4일 이지원 대리와 구우정(42) 과장에게 감사장 및 인증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박혜랑 기자 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