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연일 ‘재정 당국’ 때리기…현 정권과 차별화 ‘선명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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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연일 재정 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16일 당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지며 모든 국민에게 지원하는 재난지원금 즉 ‘일상회복 지원금’ 재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전날(15일) 정부 내년 예산안에 지역화폐 관련 예산이 21조 원에서 6조 원으로 낮아진 데 “만행에 가까운 예산 편성”이라며 기획재정부의 예산 권한 분리를 언급한 터라 이날 자리는 재정 당국을 압박하는 성격이 짙었다. 당 지도부도 힘을 실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올해 세수 초과액을 과소 추계했는데 만약 의도가 있다면 국정조사를 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재정 당국을 향해 국정조사까지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역 화폐 예산·재난지원금 놓고
이 후보, 기재부 신랄하게 비판
당도 세수 초과액 과소 추계 비난
이, 재정 정책서 지지 반등 노려
청와대와 정면 충돌은 피할 듯

정권 교체 요구가 정권 재창출 여론보다 높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와 정책 차별화를 시도하는 수순으로 읽힌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여당 후보는 임기 말 정권과 정책적 분리를 시도해 왔다. 대통령의 탈당도 ‘관례’에 가까웠다. 다만 현재 국면은 과거 대선과 지형이 상당히 다른 양상이다. 정권 교체 여론이 높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 안팎에서 유지된다. 수치로만 보면 이 후보에 지지 강도가 아직 문 대통령에 미치지 못한다. 이 후보는 부동산 등 현 정부의 실책에는 거리를 두고 기본소득, 지역화폐 등 자신의 정책적 빛깔을 드러내는 동시에 문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은 물려받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 후보가 재정 관료를 ‘타깃’으로 삼는 이유도 당·정 혹은 당·정·청의 정면 충돌을 피하면서 재정 정책에서 지지율 반등 기회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당과 재정 당국의 긴장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금은 당정 간의 논의보다 여야 간 논의를 우선해야 할 시점’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16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가 조정할 사안이 아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으며 여야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홍 부총리에 대한 지난친 견제를 거둬야 한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이 수석은 대통령 탈당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 정치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은 당적을 가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기후 활동가와의 간담회에서 “공동체의 협의가 이뤄진 룰을 일부 어기면서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것, 그럴 수 있다”며 “기성 정치인은 침묵과 거짓말로 일관하고 대응을 미루는 상황에서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마지막 선택, 저항방식이었다”고 했다. 이어 “저는 그런 식의 삶을 응원한다. 저도 그랬으니까”라며 “투쟁의 양식이 선을 넘을 때, 그게 옳은지 그른지는 각자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운동가들의 저항 정신을 응원하는 언급이지만, 여당 대선 후보가 공개적으로 ‘룰을 어겨도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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