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잔디 깔고 관람석 교체… 48살 구덕운동장 ‘응급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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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준공된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이 내년 ‘응급수술’에 들어간다. 축구장에 새 잔디가 깔리고, 관중석 의자가 모두 교체된다. 이번 공사는 구덕운동장 재개발에 앞서 프로축구 경기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부산 축구 활성화와 경기 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구덕운동장에 대한 투자는 더 절실해 보인다.

부산시는 구덕운동장 개·보수를 위한 예산을 확보해 내년 1월부터 정비사업에 착수한다고 8일 밝혔다. 총예산은 국·시비 포함 37억 5000만 원가량이다. 분야별로는 △주경기장 잔디·부대시설 교체(8억 5000만 원) △관람석 교체·스탠드 바닥 방수공사(9억 5000만 원) △노후배관 교체·화장실 리모델링(13억 원) 등이다.

프로축구 정상적 운영 위해
재개발 앞서 임시 조치 정비
배관 교체·화장실 리모델링도
비 내리면 물 고여 경기 차질
의자 부서져 관중들 서서 관람


우선 구덕운동장의 잔디가 모두 교체된다. 구덕운동장 잔디가 교체되는 것은 2000년 이후 21년 만이다. 현재 구덕운동장 잔디는 프로축구 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잔디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취층(Thach)이 두껍게 쌓이면서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곳곳에서 검게 썩은 부분이 발견되고 있다. 비가 내린 날이면 경기장 곳곳에서 물이 고여 경기가 차질을 빚기도 했다. 부산시는 현재 잔디 아래 놓은 흙을 모두 걷어낸 뒤 새 토양에 적합한 잔디를 깔 예정이다.

관중석 의자도 모두 새 것으로 바뀐다. 현재 구덕운동장 관중석 의자는 본부석을 제외한 대부분이 갈라지고 부서진 상태다. 이 때문에 부산아이파크의 경기 관람을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의자에 앉지 못하고 서서 경기를 지켜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관중석 교체는 2019년 프로스포츠협회의 조사에서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과제로 꼽히기도 했다. 부산시는 관중들의 원활한 경기 관람을 위해서는 1만 개가량의 관중석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구덕운동장의 노후 배관 교체사업도 진행된다. 구덕운동장 내 급수·하수 등 배관은 1973년 개장 이후 단 한 번도 교체된 적이 없다. 2019년 12월 동아시안컵 챔피언십이 구덕운동장에서 치러질 당시엔 선수 이용 시설에서 녹물이 흘러나오는 일도 발생했다.

구덕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이용 중인 부산아이파크 측은 원활한 축구 경기 진행과 관중들의 경기 관람을 위해 부산시에 시설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구덕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른 일부 프로축구 감독들은 구덕운동장의 잔디 상태에 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병석 부산아이파크 대표이사는 “축구장 잔디 교체가 결정된 것은 매우 환영한다”며 “잔디 교체와 더불어 선수들이 안전하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축구장 선 밖에 여유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의 이번 정비작업은 구덕운동장의 전면 재개발을 앞둔 임시 조치다. 부산시는 이번 정비사업 기간 동안 부산아이파크(K리그2)와 부산교통공사(K3리그)의 내년 시즌 경기를 사직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다.

한편,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10월 구덕운동장을 축구전용구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시는 2028년까지 1300억 원을 들여 1만~2만 석 규모로 축구전용구장을 지을 예정이다.

글·사진=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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