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부울경 메가시티’ 깃발 든 여, 대선·지선 2연승 노린다
여권이 부울경 메가시티를 내년 선거의 대표 공약으로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대선후보뿐 아니라 거물급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사안마다 직접 나서며 상대적 열세로 평가받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부울경이 내년 대선에서 ‘스윙 스테이트’로 평가되는 만큼 지지세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뜻이다.
학계 등 각 분야 전문가 1000명으로 구성된 ‘부울경 메가시티포럼’은 15일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고영삼 부산디지털개발원장, 성인수 울산대 명예교수, 장동석 경남대 교수가 상임공동대표를 맡았다.
학계 등 전문가 1000명으로 구성
‘부울경 메가시티포럼’ 15일 출범
참여 대다수 여 지지 범여권 단체
메가시티 특별위원회 발족 이어
포럼 통해 공약 주도권 잡기 전략
고영삼 대표는 이날 “100대 기업에 부산 기업은 단 하나도 없고, 이제는 서울에서 생활한 게 부산에서 계급이 되는 사회가 됐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 분노하고 저항하기 위해 포럼을 만들었으며, 마침 대선 시기인 만큼 우리의 단결된 생각을 중앙에 전달해 뜻깊은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부울경 메가시티를 주제로 토론회도 진행됐으며, 이상규 포럼 공동대표와 차재권 부경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포럼 측은 민간 차원의 전문가 그룹이라며 정치권과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사실상 참여 전문가 대다수가 여당을 지지하는 범여권 단체다. 출범식에 참여한 초청인사도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김두관 국회의원, 이재강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류영진 전 식약처장, 송기도 교수, 문정수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핵심 당직자이거나 지지자들이다. 김 전 장관과 이 전 부지사, 류 전 처장은 각각 당내 부산진갑, 서동, 부산진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송 교수는 대선 선대위 균형발전위원장이다. 이날 이재명 대선후보도 김두관 의원의 입을 빌려 포럼 측에 축하 인사를 전했으며, 박재호·전재수·김정호 등 민주당 지역 의원도 영상으로 격려했다.
범여권에서는 최근 부울경 메가시티를 다루는 단체가 줄 잇고 있다. 올 9월 민주당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위원회가 출범한 데 이어, 10월에는 부산 여권 주도로 메가시티 포럼이 발족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서울공화국 해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인 부울경 메가시티 공약 주도권을 확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당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던진 화두에다 여야 이견이 없는 현안인 만큼, 메가시티 선봉장 역할을 부각해 지지세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앞장서 강조해 온 김 전 장관과 김두관 의원 등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장관은 올 4·7 보궐선거 때 부울경 메가시티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이후 당 부울경 메가시티 미래전략 추진위원장, 메가시티 포럼 고문 등을 맡아 왔다. 대선 경선 후보 때부터 서울공화국 해체를 줄곧 내세웠던 김 의원도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한다.
이들은 각각 본인 의사에 관계없이 내년 지선에서 부산시장, 경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돼, 부울경 메가시티를 내세운 민주당이 대선에서 PK 지지율 반전을 이뤄낼 경우 언제든지 출마 채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 차기 정부에서 지방분권을 해결할 주요 인사로 기용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부울경 메가시티 현안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할 경우 야권으로부터 ‘맹탕 공약’ ‘보여 주기식’ 등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