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관 차단에 수출 통제… 미-러, 우크라 놓고 강 대 강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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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과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두고 ‘강대강’ 사태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이틀째 ‘유럽행 가스관’ 밸브를 잠그며 서방을 압박하고 있고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서방이 나토의 동진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 등 비우호적 행동을 계속하면 상응하는 군사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무력 충돌과 유혈은 절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 우리는 문제들을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길 원한다”면서도 “최소한 분명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명확히 규정된 법적 보장을 원한다”고 압박했다.

러, 이틀 간 가스 공급 중단
미, 휴대폰·자동차 금수 경고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 형국

이날 러시아는 미국의 동맹인 유럽 국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카드인 '가스 공급 차단'을 꺼내들었다.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이 러시아에 의해 21일 중단됐고 22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상업적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유럽이 가장 우려하던 바였다.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여파로 21일 유럽 가스 가격은 전일 대비 20% 이상 상승해 심리적 경계선인 1000㎥당 2000달러선을 훌쩍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 가스 수요의 40% 정도를 공급하고 있고 겨울 난방을 위한 가스 수요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 인근으로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 전개되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며 “루마니아에 이미 배치됐고 폴란드에도 배치될 예정인 발사대 MK-41은 토마호크 공격미사일 발사를 위해 변형됐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경고는 러시아가 내년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고 준비한다는 정보 보고가 미국 등에서 나오면서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유럽행 가스 공급 중단과 푸틴 대통령의 ‘군사적 조치’ 발언 직후 미국 등은 강력한 제재를 경고했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시 스마트폰, 항공기·자동차 부품 등 여러 분야의 물자를 수입하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조치가 러시아 소비자와 산업계, 고용 등에 중대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행동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고 있지만 경제 제재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보다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은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휴대전화 시장이 애플과 삼성, 화웨이 같은 외국 기업들 중심이라고 전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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