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팔도시장 교통사고 현장 “아기 천사야, 그곳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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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 등 시민 추모 물결 이어져

‘아기 천사야, 하늘나라에서 착한 사람이 필요해서 너무 빨리 데리고 갔나봐요. 메리 크리스마스.’

23일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 일대에는 아침 출근길부터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날 오후 1시 10분께 이 시장 입구에서는 승용차가 돌진해 60대 할머니와 18개월 손녀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밑 성탄절을 앞두고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에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한참 동안 떠나지 못했다.

수영팔도시장 교통사고 현장
묵념 등 시민 추모 물결 이어져

사고 발생 당일 오후 6시께 한 시민이 꽃다발과 ‘메리 크리스마스’ 카드를 두고 간 것을 시작으로 다음날인 이 날 오후까지 할머니와 손녀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가 난 날은 크리스마스 사흘 전이다. 당시 할머니는 오랜만에 손녀가 놀러와 유모차를 끌고 함께 장을 보러 시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찾아 충돌 사고에 이어서 발생한 화재로 시꺼멓게 탄 전봇대 앞에 국화꽃과 꽃바구니, 인형, 과자, 음료수, 크리스마스 카드 등을 두고 갔다. 묵념을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이 사고 현장에 남긴 쪽지에는 ‘이쁜 동생아, 할머니랑 하늘나라에서 크리스마스 잘 보내’,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유가족분들은 오죽하셨겠습니까’ 등 글귀가 적혀있었다.

이날 이곳을 찾았다는 한 시민은 “기사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급히 이 곳을 찾았다”며 “모두 따뜻하게 보내야 할 연말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고가 남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수영팔도시장번영회 정판훈 회장은 “사고 당일 오후 카드를 두고 간 시민을 시작으로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많은 시민들이 국화꽃을 들고 계속 찾아왔다”며 “갑자기 일어난 사고에 상인들도 망연자실하다 저녁이 돼서야 정신이 들어 헌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멀게만 보인 죽음이 18개월 아기와 할머니에게 동시에 일어났다니 다들 울컥한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 발생 지점은 상인과 시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위험하기로 알려진 도로로, 상인들은 지속적으로 구청과 의회 등에 일방통행로 지정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와 보행자가 함께 지날 수 있는 이면도로에다 마을버스까지 통행하고 있어, 당초 사고 위험이 컸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번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 곳을 일방통행로로 지정해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수영구청 측은 우선 다음달 3일부터 금~일 오후 시간에 안전요원을 배치해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사고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80대 운전자의 주장과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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