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역주행 참변 도로, 구조적 문제 있다
경남 거제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역주행 차량에 부모가 운영하는 가게 일을 돕던 20대 외동딸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부산일보 12월 27일 자 2면 보도 등)한 가운데, 과속과 역주행을 방치한 도로의 구조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전에는 언제든 또 다른 참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역주행 사고의 시발점이 된 아주동 신협 삼거리는 운전자가 헷갈리기 쉬운 구조다. 특히 아주공설운동장에서 내려와 신협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진입할 때 운전자는 네 갈래의 편도 2차로와 마주하게 된다. 좌회전 차량을 기준으로 왼쪽 2개는 역주행, 오른쪽 2개는 정주행이 된다.
사고 시발점 아주동 신협 삼거리
상·하행 중앙분리대 없이 방치
아주터널 주변 과속 단속도 부실
안전시설 보강 등 뒤늦게 대책
문제는 가운데 붙은 2개 도로다. 왼쪽은 상문동에서 아주동으로 올 때 이용하는 하행선 출구, 오른쪽은 상문·고현동으로 가는 상행선 진입로다. 교차로인 탓에 중앙분리대가 없다 보니 상행선을 타려 좌회전하다 하행선으로 빠지는 차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게 주변 주민들의 증언이다. 한 운전자는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았다간 반대 차선을 타기 십상이다”며 “특히 초행길 운전자는 갈팡질팡하기 일쑤이고, 잘못 들어섰다 아차 싶어 후진하는 아찔한 상황도 여러 번 목격했다”고 전했다. 터널 개통 직후부터 지속된 문제 제기에도 아직 뚜렷한 개선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과속도 문제다. 양정·아주터널은 거제 도심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조성된 국도대체우회도로(국대도)의 시·종점이다. 총연장 15.16km인 국대도는 전체 노선이 직선에 가까운 완만한 커브에 얕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형태다. 게다가 단속 장비도 상문동 진·출입 전 설치된 이동식 카메라 하나뿐이라 상당수 차량이 규정 속도를 넘겨 주행한다. 운전자들은 “생각 없이 밟다 보면 시속 120~130km는 예사”라고 했다. 가해 차량 역시, 시속 70km 이하로 주행해야 할 터널에서 시속 166km로 질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 기관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주국토관리사무소 도로안전운영과 담당자가 지난 24일 현장을 찾아 개선 사항을 확인했다. 사무소 관계자는 “교통전문기관, 경찰 등과 협의해 다양한 방안들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제시와 거제경찰서는 급한 대로 운전자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안전 시설물을 보강하기로 했다. 일단 붉은색 좌회전 유도선 중간에 초록색 띠를 추가해 시인성을 높이고 시선유도봉도 증설했다. 조만간 가변차로에 적용하는 ‘O·X’ 신호등과 발광형 표지판도 설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양정터널로 향하는 도로 이정표에 설치돼 운전자의 혼선을 유발했던 붉은색 ‘진입금지’ 표지판을 아주터널 도로 위로 옮겼다.
과속 방지를 위한 ‘구간단속’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구간단속을 통해 교통사고는 42%, 과속은 25%나 줄일 수 있다. 인명 피해도 45%나 감소한다. 경찰 관계자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관계 기관과 협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