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 하고 또 하고 머릿속도 하얘진다면…치매안심센터 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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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범일동에 사는 A(83) 할머니는 옆집에 거주하는 B(84) 할머니와 매우 친한 사이다. 둘 다 혼자 살기 때문에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이 지내다시피 한다. A 할머니는 최근 들어 B 할머니가 조금 이상해졌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멍해지는 경우가 잦아진 것이다.

A 할머니는 걱정스러워졌다. 그렇다고 B 할머니를 무작정 병원에 데리고 갈 수는 없다.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A 할머니는 동네 교회 목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목사는 동구치매안심센터에 연락했다. 그곳에서 치매를 무료로 검사해주고 치료비도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후 만들어진 지원 시설
  치매 상담부터 치매 가족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
  이용에 자격 제한 없어… 1·2단계 검진 통해 판정
  90% 이상이 무료로 치료, 치매 진단 환자는 약값 지원
  독거노인·부부 치매일 경우 센터서 맞춤형 관리도


치매안심센터는 2017년 9월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된 이후에 만들어진 치매 지원 시설이다. 같은 해 12월 경남 합천에서 처음으로 개소한 이래 2019년에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56곳에 하나씩 문을 열었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상담, 치매 선별 및 진단검사 실시, 인지 지원 프로그램 운영, 쉼터, 치매안심마을 조성, 치매공공후견 사업, 치매노인 지문 사전등록 등 치매환자 및 가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매 노인을 신고하거나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는 데 자격 제한은 없다. 자녀가 부모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웃이 혼자 사는 사람을 데리고 오기도 한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관의 맞춤돌봄지도사가 대신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옆집에 사는 다른 노인이 전화를 하거나 교회 목사가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치매 노인이 센터에 가서 검사를 받기도 하지만 센터 측이 거동 불편 노인이나 경로당 등을 찾아가서 검사를 해주기도 한다.

치매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노인이 찾아오면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검사인 인지선별검사를 실시한다. 간호사, 임상심리사가 검사를 담당한다. 학력, 성별, 나이에 따라 개인별 기준점을 정한 다음 검사에서 기준점보다 낮은 점수가 나와 인지 저하라는 판정을 받으면 정밀검진을 받게 한다.

정밀검진 1단계는 치매안심센터의 간호사, 임상심리사가 1시간 정도 실시하는 신경인지검사다. 센터를 담당하는 촉탁의사가 1주일에 한 번 센터를 방문해 신경인지검사 결과를 보고 치매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

정밀검진 1단계에서 치매가 의심된다는 판정이 나오면 2단계 검사를 받게 된다. 대상자가 치매안심센터의 협약병원에 가서 2단계로 혈액 검사, 뇌 CT 촬영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단순 인지저하인지 치매인지 아니면 질환인지를 최종적으로 판정받게 된다. 부산동구치매안심센터 안은정 사회복지사는 “뇌종양, 뇌수두증, 갑상선 기능 저하, 우울증 같은 질환 때문에 인지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감기약을 먹은 직후에도 치매로 오해받을 수 있다. 이 경우들은 사전에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비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치매안심센터에서 실시하는 인지선별검사와 신경인지검사는 무료다. 병원에서 실시하는 2단계 검사 비용도 중위소득 120%까지는 부담할 필요가 없이 무료이다. 소득이 초과될 경우 자비로 부담해야 하지만 90% 이상이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안 사회복지사는 “소득이 많은 사람도 치매안심센터를 찾는다. 센터를 안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치매안심센터를 모르기 때문이다. 올해 검사에서 정상이라고 판정을 받더라도 매년 한 번씩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노인들의 정신 건강은 하루하루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는 치매안심센터가 약값을 지원한다. 치매 환자가 센터에 이름을 등록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할 때에는 처방전을 가지고 가면 된다. 처방전에 질병코드, 약 이름이 나오기 때문이다. 치매 치료 관리비는 1인당 월 본인부담금 중에서 최대 3만 원까지 지원한다. 기저귀와 물티슈 같은 생활용품도 지원한다. 영양제, 유산균, 영양보조식품이나 바디샤워, 바디로션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안 사회복지사는 “치매약은 100여 가지다. 비싼 약도 있다. 경우에 따라 가족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치매 중기, 말기로 안 가도록 하는 게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독거노인, 기초수급자, 부부가 치매일 경우 치매안심센터가 맞춤형으로 관리해주고 있다. 센터 직원들이 이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안부를 살핀다. 이밖에 명상, 원예치료 같은 인지재활 프로그램과 가족교실, 자조모임 등도 운영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각 구별 치매안심센터에 관한 정보와 연락처는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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