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용퇴론’ 이어 이재명 7인회 “백의종군”… 여 인적쇄신 가속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당내 측근 그룹인 이른바 ‘7인회’ 소속 현직 의원 6명이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이 후보 지지율이 횡보하는 흐름에서 설 연휴 전에 이를 돌파하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도 정책공약을 발표하면서 ‘큰절’로 반성 의지를 다지고,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마침 이날 가신 그룹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해 당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과 맞물려 여권 내부의 도미노식 인적 쇄신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 앞에 처절하게 반성할 것”
정성호 의원 등 이 후보 측근들
기자회견서 “임명직 안 맡는다”
‘86 용퇴론’ 맞물려 쇄신 급부상
정성호 의원과 당 사무총장인 김영진 의원 등 6명은 이날 회견에서 “오늘 저희 7명은 국민이 선택해 주실 이재명 정부에서 일절 임명직을 맡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7인회 소속이지만 지난해 9월 의원직을 잃은 이규민 전 의원은 이날 회견에 불참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호철·양정철·전해철 등 소위 ‘3철’을 비롯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친노(친노무현) 핵심 참모 출신 인사 9명이 선대위에서 전격 사퇴한 것과 흡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성호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86 용퇴론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서도 “국민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보는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뇌해야 한다. 국민 앞에 처절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적 쇄신론에 힘을 보태 달라는 메시지로 비친다.
실제 재선 친문인 김종민 의원이 거론한 86 용퇴론은 당 안팎에서 힘을 받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586 용퇴론이 나온다. 집권해도 임명직 맡지 말자는 결의”라며 “그러나 임명직 안 하는 것만으로 되나. 정치를 바꾸지 못할 것 같으면 그만두고 후배들에게 물려주든지”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에 그런 흐름이 있다. 586 당사자들의 목소리들이 있다”며 “그런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퇴론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것은 민주당이 뭔가 혁신하고 새롭게 바뀌려고 하는 몸부림의 과정에 있구나라고 해석하는 게 맞다”며 “그것 자체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도 인적 쇄신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이천시에서 선거 운동 중 기자들과 만나 7인회 회견에 대해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우리가 반성하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각오의 뜻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86 용퇴론에는 “민주당이 국민들의 기대에 맞춰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같다”며 “저 자신도 노력할 것이고 민주당도 지금까지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이 후보는 “특정 정치인의 진퇴에 관한 문제를 제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86 용퇴론을 두고 당사자들의 불편한 기류가 나타날 경우 자칫 ‘원팀’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비친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