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진자 방치·셀프 치료… 대혼란에 빠진 K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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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을 크게 넘어서고, 10일부터 방역 체제마저 대폭 바뀌면서 전국이 대혼란 상태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10일 0시 기준 5만 4122명으로 1주일 전보다 배 이상 폭증했다. 날마다 놀랄 정도로 폭발적인 새 기록이 쏟아진다. 이에 맞춰 정부는 10일부터 재택치료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구분하는 자율 방식 위주의 새 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불과 사흘 앞두고 급하게 이를 발표한 데다 확진자 폭증까지 겹치면서 일선 현장에서는 ‘재택 방치’, ‘셀프 치료’라는 불만과 함께 혼선이 극심하다. 코로나 4년째인데도 아직 고비 때마다 반복되는 혼란상에 국민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환자 폭증, 새 체제 전환 후 국민 불만 극심
방역 지침과 현장 괴리 하루빨리 봉합해야

정부가 기존 방역 체제를 고위험군 집중 관리로 전환하면서 나머지는 자율 규제 방식으로 바꾼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의 폭증세를 더는 기존 방식으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 이달 말께는 최대 17만 명까지 확진자 발생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점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철저한 확진자 감시와 동선 추적 위주의 방식이 더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미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을 경험한 유럽과 미국이 단계적 방역 지침 해제 등 다양한 출구 전략을 펴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지침이 현장과 잘 맞아야 하는데, 우리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국민의 불만과 원성이 쏟아지는 부분은 확진자가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새 체제가 도입된 이후 확진자가 된 국민이 어디서도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항의와 문의 전화가 보건소마다 폭주하고 있다. 자가 진단검사 키트를 구하는 것부터 어느 동네 병·의원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 지자체에 설치돼 있다고 하는 재택관리지원 상담센터는 또 어디에 있는지 등 모든 것이 어리벙벙하다. 병·의원, 상담센터의 위치와 연락처를 알기 위해 보건소에 온종일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으나 불통이었다는 불만은 전국에서 너무나 많아 오히려 식상할 정도다.

한마디로 충분한 사전 준비와 소통 없는 방역 체제 전환에 온 국민만 골탕을 먹는 꼴이다. 한때 온 세계에 자랑거리로 여겼던 K방역의 성과가 무색한 상황이다. 오미크론이 처음 나왔을 때 이미 우세종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그동안 어떤 준비를 했는지 한탄스러울 지경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거리 두기, 영업 제한, 방역 패스 등 방역에 관한 전권을 쥐고 국민을 통제해 왔다. 그런 만큼 정부는 끝까지 방역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당장 개학을 앞둔 학교 현장 대책을 비롯해 혼란이 극심한 방역 지침과 현장의 괴리를 서둘러 봉합하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국민의 불안을 달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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