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깜짝 메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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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도한 ‘개최지 어드밴티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순항 중이다. 대회는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서 오는 20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91개 나라, 약 2900명의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를 실시간 중계뿐 아니라 유튜브로 다시 보기를 하면서 동계올림픽을 즐기는 색다른 묘미에 빠져 있다. 이것은 단순히 메달 색깔이나 인기, 순위와는 차원이 다른, 스포츠가 주는 감동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뒤늦게 열린 2020 도쿄하계올림픽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대회도 ‘아름다운 도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난 10일 열린 루지 혼성 계주. TV 채널에 눈을 고정했다. 우리 대표팀의 첫 주자는 아일린 프리쉐였다. 6년 전 평창올림픽 출전을 위해 독일에서 귀화한 우리나라의 국가대표다. 프리쉐는 2019년 양손과 허리뼈가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고, 큰 수술을 받은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재활 끝에 베이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날 프리쉐는 임남규, 박진용, 조정명과 함께 멋진 경기를 펼쳤다. 우리 대표팀은 14개 팀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다. 프리쉐는 앞서 열린 여자 루지 1인승 경기에서 썰매가 전복되는 일이 있었지만 뒤집어진 썰매를 붙잡고 끝까지 완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 여자 스켈레톤 국가대표 김은지는 지난 12일 열린 3차 시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비록 4차 시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전체 23위였다. 3차 시기를 마친 뒤 김은지는 두 손바닥을 중계 카메라에 펴 보이며 올림픽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김은지의 두 손바닥(장갑)에는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대한민국 화이팅!”이라고 적혀 있었다. 육상 멀리뛰기 선수로 출발해 스켈레톤으로 전향한 뒤 평창에선 트랙 점검과 안전 상태를 확인하는 시범 선수(포러너)였다가 서른 살에 처음 출전한 올림픽이었다. 환하게 웃는 김은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졌다.

지난 12일 은메달을 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 차민규가 한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그는 “아쉽게 금메달은 못 땄지만 2연속 메달을 따서 노력한 것이 입증은 된 것 같다”면서도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깜짝 메달’이라는 표현이 나오자 부모님이 속상해하셨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들이 남몰래 흘렸을 땀방울의 가치를 알아 달라는 주문은 아니었을까. 동계올림픽 ‘금밭’이라고 여겨졌던 쇼트트랙도 메달 하나 추가가 이렇게 힘든 걸 보면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는 듯하다.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과 선전을 응원한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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